지난 5월 자신을 연 총장 비서실장으로 7개월 동안 일했다고 소개한 김아무개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공식 홈페이지에 한신대 연규홍 총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김 목사는 이때 또 하나의 폭탄발언을 했다. "연 총장의 업무지시 중 가장 많은 부분이 '학내사찰'이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후 김 목사와 한신대 총학생회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연 총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 목사의 폭로는 심각한 파장을 몰고 왔다. 민중신학회·신학부교수·전국대학노조 한신대지부 등 학내공동체에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갔다.
반면 연 총장은 담화문을 내고 김 목사에게 법적 조치를 시사했고, 대학본부는 김 목사의 폭로가 한신공동체 분열을 조장한다고 맞섰다.
폭로 이후 1개월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내부고발자 김 목사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 목사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털어 놓았다.
-. 내부고발 후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상황은 내부구성원이 반발하면 연규홍 총장 측은 반박하며 공방만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가?
당연히 예상했다.
거짓으로 쌓은 성은 그 거짓으로 인해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금 연 총장의 거짓이 완전히 드러나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본다.
-. 학교 측은 내부고발 목적이 한신 공동체(아래 한신)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내가 한신을 흔들기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인지, 아니면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인지는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확인하고 조사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미 기장 총회 게시판에 적은대로 나는 한신 출신이고 모교를 사랑한다. 그래서 부모님이 내게 주신 이름의 명예와 내게 목사 안수를 한 제주노회의 명예를 걸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존경하는 수많은 선배들이 일궈놓은 한신의 토양을 연 총장 같은 사기꾼이 망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신을 이루는 각 주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속히 꾸려야 한다.
-. 저간의 상황을 보니 연 총장에게 동조하는 교수·교직원도 없지 않아 보인다. 어떤 목적이라고 보는가?
글쎄, 일반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라 잘 모르겠다.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도 학교의 안정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일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여긴다. 하지만,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연 총장에 협력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 한신대가 속한 기장 총회는 잠잠한 것 같다.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형묵 목사가 입장문을 발표했음에도 말이다. 기장 총회에 서운하지는 않은가?
※ 최 목사는 6월 17일 기장 총회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다. 최 목사는 입장문에서 "학내 사찰이라는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독재의 시대 민주화와 인권, 민족 통일의 길을 걸어온 한신과 기장 모든 구성원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사태"라면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한신 학원 법인 이사회, 그리고 의혹의 당사자인 연규홍 총장은 한 점 부끄럼 없이 진위를 명백하게 밝혀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 주시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서운하지 않다. 조직의 생리가 그렇다. 특히 종교조직, 교단이라는 곳은 더 폐쇄적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교단은 목사와 장로가 정치를 한다. 여기에는 학연·지연과 같은 여러 가지 인정이 얽혀있다. 지난 총회(2017년 제101회 총회 - 글쓴이)에서 총회 특별감사를 결의하고 이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음에도 변한 게 없다. 이런 이유로 교단이라는 곳은 추악한 거짓말 장이들과 정치꾼들이 놀기 좋은 곳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연 총장이 끝까지 버티길 바란다. 중간에 내려오면 너무 허무할 듯하다. 연 총장과 현 교직원의 완악한 마음으로 인해 끝까지 가서 분명하게 결론 지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다음부터 누가 총장으로 오르든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재발하지 않는 한신이 되길 바란다.
예수님은 우리들을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 한신과 기장에게 소금과 빛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미 맛을 잃은 소금이고 빛이 없는 빈껍데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바라는 건 이번 일을 통해 소금과 빛은 되지 못하더라도 ‘리트머스' 정도라도 되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한신과 기장을 집어 넣었을 때 어떤 것이 붉고, 어떤 것이 초록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리트머스'라도 된다면 하나님께 그나마 부끄럽지 않은 공동체가 될 것이다. 또 세상은 우리 한신과 기장을 그나마 신뢰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