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줄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재심 선고가 미뤄졌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강흥구 재판국장은 16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모임을 갖고 재심 선고를 오는 8월 5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주심인 오양현 목사(은혜로교회)는 "명성교회 사건의 심각성과 사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1938년 신사참배 결의에 버금갈 정도로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재판국장와 오 목사는 이후 선고를 미루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절했다.
재판 진행은 매끄럽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재판국원 중 강흔성 목사(수원 상일교회)와 신재찬 장로(세광교회)가 갑자기 퇴장했다.
이날 재판국 모임은 정족수 15명 가운데 사임한 1명을 빼고 14명의 국원이 참석했다. 그러다 심리 중 두 명의 국원이 빠져 나간 것이다. 신 장로는 퇴장하면서 "바로잡으려 했지만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국이 판결을 미룬 점을 감안해 볼 때, 신 장로의 발언은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승인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낼 만 하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총회는 지난 해 9월 제103회 총회에서 재심을 결의했다. 그러나 재판국은 10개월 가량 선고를 미뤄왔다. 그러다 이날(7/16) 재심 사건을 선고하겠노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총회재판국은 이번에 또 선고를 연기했고, 이에 따라 재판국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동남노회 새임원진인 김수원 목사는 "이렇게 미루면서 무얼 하란 말인가?"라고 물으며 "미루면 미룰 수록 신뢰를 잃을 것"이며 비판했다. 장신대 신대원에 재학 중인 이훈희 씨도 "판결을 지연하고 불법세습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것은 불의에 동조하는것과 다름없다. 이 불의가 길어질수록 더 많은 반발과 몰락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장 분위기는 격앙됐다. 재판국 모임이 열리는 회의실 주변에서 세습 무효 구호를 외치던 장신대 학생들과 활동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몇몇 활동가는 "언제까지 명성교회 눈치만 볼꺼냐"며 재판국원의 퇴장을 막았다.
이후 강 재판국장과 주심 목사, 그리고 일부 장신대 학생 사이에 실랑이가 오갔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이 자제를 호소하면서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