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하면 사람들은 얼른 의원끼리 말다툼을 벌이거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장면을 얼른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처리를 두고 여야 의원들은 격렬하게 대치했다. 그 여파로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벌였고, 국회는 멈춰섰다.
한국당이 국회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추가경정 예산 처리와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안을 두고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국회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그러나 이 와중에 종교인과세 완화법안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이 법안은 4월 추진하려 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막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가 이번에 통과된 것이다.
정치권의 행태는 실로 괘씸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가? 앞서 언급했듯 국회는 여야 강경대치로 사실상 멈춰선 상태고, 여론은 일 안하는 국회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번번이 국회 의사일정에 어깃장을 놓는 한국당에 비판여론이 날로 거세지는 양상이다.
또 우리 국민들은 일본 아베 정권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격분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또 아베에 우호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일부 보수 경제지를 향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교인과세 완화법안은 이렇게 여론의 관심이 쏠린 사이 슬그머니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추진과정에서 일부 종교인, 특히 보수 대형교회 목회자에게 특혜를 주는 법안이며 내년 총선에서 보수 대형교회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입법이란 지적이 많았다. 이로 인해 반발이 거셌고, 정치권은 꼬리를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이 온통 '빈손 국회'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쏠린 사이 정치권이 다시금 보수 대형교회 목회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TV 화면 상에선 여야가 당장 칼이라도 뽑아 들 듯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표' 계산에선 궁극적으로 한 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보수 대형교회가 표 결집력이 강한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목회자가 특정 정치인을 지목해 지지를 호소한다고 곧장 표로 연결되는 시절은 지났다. 되려 지금 여론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정치개입을 성토할 정도로 교회의 정치개입에 부정적이다.
또 선심성 법안으로 대형교회 등 종교단체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는 저급하다. 전광훈 목사의 정치개입이 한창 논란을 일으켰던 6월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교계원로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정책과 실력으로 표를 얻어야지 종교기관에 영합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실상 손 놓은 국회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법사위 소속 의원이 종교인과세 완화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만약 국회 의사일정이 진행 중이라면 이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올라갔을 테니 말이다.
정치권에 주문한다. 이런 식의 법은 안 만드는 편이 공공의 이익 증진에 부합한다. 그러니 이런 법안은 만들지 마라. 기왕 쉬는 김에 푹 쉬시라. 당신들은 종종 일 안할 때가 국민에게 도움을 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