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 당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자신을 고발한 한기총 조사위원장 이병순 목사를 문자 해고해 재차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병순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한기총 조사위원회는 지난 달 29일 전 목사를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러자 전 목사는 한기총 회원 목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 목사를 해고하고 박중선 목사를 직무권한 대행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 자신은 '밖의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전 목사는 그러면서 "한기총 여러분들 중에 저를 돕기를 원하시는 분은, 직책을 써서 저에게 가져오시면 될 수 있는 대로 원하시는 직책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전 목사의 이 같은 조치가 적절한지 의문이 일고 있다. 먼저 전 목사는 이병순 조사위원장의 고소고발을 '반란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전 목사가 대표회장직을 맡으면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문자로 이 목사의 경질을 알린 건 공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박중선 목사에게 한기총 내부 일을 맡기고 자신은 외부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대목도 논란거리다. 전 목사는 문제의 문자 메시지 첫 줄에 "저는 문재인(대통령)을 끌어내는 것이 만 가지 악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인 것으로 알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적었다. 즉, 자신은 정치활동에 매진하는 뜻이다.
전 목사는 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한기총을 정치에 끌어들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이 같은 비판에 아랑곳 없이, 정치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더구나 자신을 돕기 원하는 이들이 원하는 직책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대목에선 자리를 거래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자신을 향한 외부의 비난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자신의 고소고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김일성의 교시를 충심으로 받드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사들과 공산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주사파언론들의 한기총과 대표회장의 금품관련 가짜뉴스 보도에 관하여 한기총과 한국교회 1천2백만 성도들은 분노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