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최근 들어 극심한 오피니언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 북핵 문제 등 중대한 사회이슈들에 대해 줄다리기 양끝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만 이슈를 끌고 가는 분위기다.
진보기독교는 특유의 결집력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한 목소리를 내왔다. 또한 집회 등을 열며 행동으로도 의견을 뒷받침해 왔다. 이들은 18일 오전 11시 연지동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10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정확히 1022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한 이번 시국선언에서는 보수기독교에 대한 정면적인 비판이 이례적으로 나왔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에서 국민을 향한 정의와 공의, 진실을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수기독교는 이에 동조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행위"(서일웅 목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요 이슈를 둘러싸고도 의견 차가 뚜렷했다. 진보측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다. 오늘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이 탐욕을 부추기며 반평화적으로 나아가는 데 대해 분노를 느끼며 이 자리에 모였다"며 정부를 비판한 반면, 보수측의 대표주자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법질서를 굳건히 수호하라. 정치권은 국회로 돌아가 적체된 법안들을 즉시 처리하라"며 정부 편을 들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둘러싸고 진보측은 "부엉이 바위에 묻어 있는 핏자국에서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진 예수의 죽음을 본다"고 한 반면, 한기총은 "자기 생명을 죽이는 자살은 말 그대로 살인이며 죄악이다. 자살의 만연과 미화 풍조를 개탄하며 우려한다"고 밝혔다.
북핵이슈에 대해서도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을 존중하라' VS '북한은 핵을 폐기하고 남북대화와 6자회담에 즉시 복귀하라'로 의견이 갈렸다.
한편 양측 모두 시국선언을 발표했지만 시국선언 이후 활동은 진보기독교에서 훨씬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18일 한기총의 시국성명을 반박하는 집회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열었으며, 전국 순회 시국기도회를 계획하는 목회자들도 여럿이다. 또 진보기독교와 입장을 같이 하는 신학생들의 시국선언 행사도 내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1000인 시국선언'은 예장통합, 기하성, 기장, 감리교, 구세군, 성공회, 예수살기,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기독여민회 등 다양한 교단과 단체에 소속된 목회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