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권력과 야합하는 한기총을 규탄한다"

한기총 시국서명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 열려

"권력에 시녀노릇하는 한기총은 각성하라"
"누가 당신들을 우리의 대표로 세웠습니까"
"한기총은 공의를 좇으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가 지난 6월 12일에 낸 시국성명서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이 18일 오후 2시 한기총 사무실이 위치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40분 동안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교회개혁실천연대, 감리교평화행동, 기독여민회, 통일시대평화누리,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한국기독청년하생연합회 등 에큐메니컬적인 성격의 25개 기독교 단체 및 교회는 한기총이 "신앙을 가장하여 권력과 야합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쇄신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한기총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반박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기총은 시국성명서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성명서는 ▲대통령과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법질서를 수호하라 ▲북한은 핵을 폐기하고 남북대화와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하라 ▲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미화하고 민생을 혼란하게 하는 선동을 즉시 중단하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교회개혁실천연대 오세택 공동대표 대독)은 한기총이 성명에서 '일부 정치인, 종교인, 교수, 학생들의 시국선언이나 행동을 심히 우려한다'고 밝힌 데 대해, "사회개혁의 목소리를 국론분열로 치부하는 것이 교계 원로들이 할 일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성명을 내는 주체를 '1200만 성도'(대표회장 엄신형 목사 외 64개 회원단체-5만 교회, 10만 성직자, 1200만 성도)라고 적은 데 대해 "한기총이 어떻게 한국교회 1200만 성도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가? 더 이상 한국교회와 교인의 이름을 사칭하지 말라"고 한기총의 대표논리에 일격을 가했다.

또 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서에서 한기총의 성명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기총이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줄줄이 나오고 있는 시국선언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데 대해 "각 시국선언에 절절히 담겨있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를 향한 열정과 의지에 대한 모욕이요 언어폭력이 아닐 수 없다. 4.19 혁명 이래 가장 많은 분야의 지성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시국선언조차 무시하는 독선과 아집"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기총이 최근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북한에만 돌리는 것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이 이 지경에 된 데에는 현 정부의 정치외교적 무능과 대결주의 대북정책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한기총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기총에 ▲약자보호의 예수정신을 되찾으라 ▲위임받은 적 없는 과도한 대표성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기총 사무실에는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오세택 목사(동 단체 공동대표), 방인성 목사(동 단체 집행위원)가 찾아갔다. 방문의 뜻을 미리 전달하고 갔으나, 대표회장이나 총무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신 정연택 사무총장이 대표회장으로부터의 위임 없이 간소하게 접견했다.

방인성 목사가 "한기총 시국성명서가 어떻게 한국교회 1200만 성도의 뜻일 수 있나?"라고 묻자 정 사무총장은 "우리 조직 내에서 나름대로 정립된 숫자였다. 지금까지 계속 써온 용어였다"고 답했다. 또 박득훈 목사가 "우리가 전달하는 이 글을 진지하게 읽어달라. 우리의 피와 땀, 눈물을 담은 것이다"라고 말하자 정 사무총장은 "한기총 시국성명서는 합리적, 합법적인 협의절차를 거쳐 발표한 것이다. 두고 가시면 회장님께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25개 단체를 대표하여 박득훈 목사는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한기총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입장은 견고하다. 조만간 뭔가 일이 있을 것이다"며 "회의를 통해 의견조율을 거쳐 공식적인 발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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