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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 칼럼] 우리 문화와 예배 갱신


들어가는 말

 

                                 ▲ 조헌정 목사

몇 해 전 영국의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1세기 유대인의 두개골을 이용하여 예수의 얼굴을 디지털로 추정한 그림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 사진을 보면 예수는 뭉툭한 코에 짙은 갈색 피부, 짧은 고수머리를 하고 있어 아프리카 흑인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남한의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예수는 흑인이 아닌 백인이고 국적은 유대가 아닌 미국이다. 이 얼마나 모순된 이야기인가? 7,80년대에는 우리 문화를 배경으로 삿갓을 쓴 예수상이 상당히 수용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은 선진화의 바람에 눌려 이런 그림들은 고전이 되어 버렸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언어조차도 영어가 우선시되는 반전통문화가 일어서고 있다. 결론을 말하면 자신의 전통문화에 접목하지 못하는 기독교는 물에 떠있는 부평초와 같아 언젠가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향린교회의 전통문화 수용과 접목의 노력은 한 개교회의 특수목회로 이해되어져서는 안 되고 좀 더 넓고 깊게 확산되어야 한다. 향린교회는 1953년 한국전쟁이 채 끝나기 전인 5월에 민족의 아픔과 함께 하는 교회로 그 자리매김을 시작하였고, 87년에는 6월 항쟁의 국민운동본부가 형성될 만큼 지난 55여년의 교회 역사는 사회적 실천과 민족의 아픔에 앞장 서는 진보교회로서 알려져 있다. 동시에 국악예배를 통한 전통문화 수용에도 앞장 서왔다. 15년 전 창립 40주년을 맞아 교회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실천사항들을 발표하는 가운데 전통문화 수용을 위해 예향국악단(가야금 해금 피리 퉁소 장구 북 등)을 창설하고 국악찬송가(총 236장)를 발행하여 예배 중에 일반 찬송가와 함께 사용하여 오고 있다.


예배의 특징들

1. 용어의 토착화와 징 울림: 한자어를 지양하고 순수 우리말을 지향하고 있다. ‘열음’(개회) 찬송, ‘하늘말씀 읽기’(성서본문), ‘하늘 뜻 펴기’(설교) 라는 말을 사용하며 예배 시작과 끝에는 징을 울린다. 예배를 열 때는 성삼위를 뜻하는 세 번의 징 울림을 하고 예배를 닫을 때는 삼위일체 한분을 뜻한 한 번의 징 울림을 하고 있다. 남한의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다함께 묵도합시다.’라는 사회자의 말과 더불어 탁상 종을 울린다. 그러면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묵상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는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예전이다. 이는 일제 군국주의 시대 세속신전의 영향이다. 예전에는 마당이란 말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2. 교독문은 보통 찬송가 뒤에 있는 시편들을 주로 사용하지만, 향린교회는 4.4조 운율에 따른 교독문을 사용하고 있다.(박근원목사 편) 현재는 사회자와 회중이 메기고 받고 있지만, 이 또한 국악의 운율을 살려 메기고 받고자 한다.

3. 신앙고백송: 목회기도(침묵기도 포함)가 끝나면 신앙고백송을 하는데, 국악곡인 ‘이 땅의 향기로운 이웃’이라는 노래와 ‘주기도문송’을 한 달씩 번갈아 가며 사용하고 있다. 이 중 ‘향기로운 이웃’은 노래 중간에 음송부분이 있어 이때 전 교인이 노래를 대신하여 함께 이를 낭송한다. 노래의 가사 말은 다음과 같다.


“(노래)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 하나님
지금도 우리를 만드시는 하나님
공동체로 우리를 부르시고
억압 속에서 자유를 꿈꾸게 하시는 하나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예수님
지금도 십자가를 지고가시는 예수님
해방의 복음이 되시어
고난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게 하시는 예수님


(음송) 영이신 하나님 변혁의 영이신 하나님!
  우리는 주님의 몸인 교회가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임을 믿습니다.
  우리는 주님 안에서 정의와 평등과 평화가 이뤄짐을 믿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사랑이 우리의 삶을 통해서 나타남을 믿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나라가 우리의 삶 속에서 이뤄짐을 믿습니다.
  우리는 해방을 위하 주님의 선교 속에서 이뤄지는 부활을 믿습니다.
  우리는 주님이 보여주신 진리 안에서 날마다 새로워짐을 믿습니다.


(노래) 우리는 예수의 몸과 맘 이 땅의 향기로운 이웃
  나를 살리고 너를 살리는 생명의 숨결 성문 밖으로 낮은 자리로
  새 하늘 새 땅으로 새 하늘 새 땅으로 새 하늘 새 땅으로 아멘.

  
남한의 교회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사도신조를 유일한 신앙신조로 고백하고 있다. 사도신조는 초대교회가 세상을 향해 고백한 여러 신조들 중의 하나이고 그 이후로 2천년의 교회 역사 속에 수많은 신앙고백들이 있었다. 미국교회만 해도 열 개가 넘는 여러 신조와 시대적 신앙고백들을 매 주일 서로 바꿔가며 고백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 점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나는 노래와 음송이 함께 들어가 있는 향린교회의 이 신앙고백송은 세계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4. 국악 찬송
예배 중 열음 찬송과 응답 찬송, 기도송은 일반 찬송가를 사용하고 나머지 영광송, 말씀송, 감사송, 결단찬송은 모두 국악찬송가를 사용하고 있다.

5. 예배실 꾸밈
예배실의 좌우 창문은 전통창문으로 꾸며져 있고, 전면 중앙에는 하늘뜻펴기를 펴는 강단을 겸해 교우들이 함께 설 수 있는 중앙 마당이 꾸며져 있고 그 뒤 좌우로 성가대와 예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담임목사는 한복을 입고 강단에 서고 있으며 좌측으로는 고유의 전통 무늬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걸려 있다.

나가는 말

향린교회는 선구자적인 자세로 계속 국악찬송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악찬송가 CD를 작년 말에 발간하였고 현재 절판된 국악찬송가를 재발간 하여 국악예배 워크샵을 개최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어 더 나아가 우리의 토속음악들을 수집하고 이를 찬송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각각의 사람에게 각기 다른 개성이 주어져 있듯이 각각의 민족에는 각기 다른 문화적 특성이 주어져 있다. 사람이 자기 개성에 맞춘 일을 할 때 보람이 있고 능률이 있듯이 우리 민족에 맞는 기독교 문화와 영성이 갖추어질 때, 우리의 신앙은 더욱 성숙해지고 세계교회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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