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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태 칼럼] 너와 너의 자녀들을 위해서 울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고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렸다. 장례기간 동안 거의 천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애도의 물결을 이루었고 그가 잠들어 있던 봉화마을에는 물론 분향소가 차려진 곳이면 어디에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를 반대하던 현재의 집권세력들은 이러한 거대한 국민들의 조문행렬이 혹시 자기들에게 정치적 위기로 다가올 것을 염려하여 국민장이라는 것을 급조함으로써 그것을 모면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사람들과 경제인 집단들은 “애도 없는 조문”을 통해서 그들의 위선과 인간적 기만성들 만천하에 드러냈다.

은퇴한 후에 조용히 칩거하다시피 지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조문행렬에 동참해 애통해 하고 그렇게도 많은 눈물을 흘린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전쟁 이후 어떤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전 국민이 이렇게도 슬퍼하고 이렇게도 많은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던가?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노무현은 이명박 현정권에 의해서 억울하게 박해를 당하고 죽었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는 바보처럼 어리석게도 임기말년에 뇌물비리에 말려들었었다.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어떤 형태의 것이든 검은 돈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본인이 알지 못했던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가족들이 박연차라고 하는 매우 의심스러운 배후를 가진 사람의 돈을 받는 치명적인 우를 범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천억대의 돈을 받았고 지금도 그 돈을 내놓지 않고 호의호식하는 전두환, 노태우 같은 인간들과 비교해 보면 노무현이 받은 돈은 너무나 보잘 것 없고 따라서 그는 이명박정권의 표적 수사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타살 당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노무현은 이렇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박연차라고 하는 사람의 정체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매우 영리한 사람이고 여당이나 야당, 그리고 정치권력 어디에나 줄을 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행태의 사람은 야비한 정치권력의 앞잡이나 이용물이 될 수 있는 제반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박연차가 500만 달러라고 하는 거대한 돈을 노무현이 퇴임한 후에 조카사위를 통해서 아들에게 제공한 것은 어떤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둘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노무현은 다른 대통령과 달리 평민적이고 소탈한 사람으로서 서민들과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했던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했고 어려운 성장과정을 거쳤다. 그가 변호사와 정치인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통령이 되는 모든 과정들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도 철저하지는 못했지만 서민들과 어려운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일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개천에서 나온 용과 같은 인물이었고 그런 점에서 서민들과 정서적으로 자기일치를 느끼게 하며 또한 그들의 꿈의 실현자이기도 했다. 그는 특히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서 성장하고 오늘날 성공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이명박과는 전혀 달랐다. 이명박은 가난하고 고생하며 성공을 거둔 사람이지만 그는 서민들을 외면한 채 부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일반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이러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 그동안 이루어놓은 정치적 민주화가 위기에 처하고 경제적 빈부격차가 더욱더 심화되어가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노무현의 죽음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더욱 깊은 애도와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러한 서민들의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의 억울한 죽음이 그들로 하여금 조문행렬에 동참하게 하고 그토록 애통한 눈물을 흘리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애통한 눈물과 관련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된다.

예수도 동족인 유대인들에 의해서 무고하게 고발당하고 또 이방식민지 세력인 로마의 총독 빌라도에 의해서 억울하게 사형언도를 받았다. 그 때 그를 따라와서 십자가 아래에서 그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여인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했다. "예루살렘의 여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어라.”(누가 23:28). 예수는 왜 그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애통하고 눈물을 흘리는 예루살렘의 여인들을 향해서 “나를 위해서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의 자녀들을 위해서 울라!”고 했을까?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해서 울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첫째 그들은 예수의 죽음에 대한 감상적 슬픔에만 젖어 있다고 금방 일상적 삶으로 되돌아가지 말고 자신들과 그 자녀들이 처한 현실을 정신 차리고 타개해 나가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여인들이 감성적으로 예수의 죽음에 동참하고 눈물을 흘리고, 남자제자들은 마가의 다락방에 숨어서 옛날 직업(일상)으로 되돌아갈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것으로 봐서 예수의 죽음은 헛된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의 제자들은 부활한 예수를 만나고 그로부터 영과 소명을 받고 새로운 출발을 했다고 성서는 쓰고 있다. 예수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정신과 행동을 통해서 그의 삶이 계승되었다는 것이다.

노무현도 그의 유서에서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 배후에는 “원망이나 하고 있지 말고, 너희와 너희의 후손들을 위해서 결단을 하고 행동하라”는 말이 이어져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에는 이번 사태를 만든 장본인들을 그냥 잊어버리고 사태를 유야무야하게 처리하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위기에 처한 정치적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파탄에 처한 서민들의 삶을 일으켜 세움으로써 “사람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라는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원망하지 말라. 너희와 너희 후손들을 위해 정신 차리고 싸워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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