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연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 대회'를 주도한 데 이어 7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그리고 8일 '문재인 하야 국가원로 회의', 9일 2차 국민대회까지. 전 목사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있었던 국가원로회의에서의 일이다. 전 목사는 행사 시작 훨씬 이전부터 현장에 나와 있었다. 원로회의 참가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전 목사에게 다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 목사의 표정도 한껏 상기돼 있었다.
전 목사는 공식 석상에서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나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욕'을 아끼지 않았다. 공식 지면에 쓰기엔 부적절해 전 목사의 말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겠다. 다만, 가장 인상적인 발언 하나에 주목하고자 한다.
전 목사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 두개 잘못하는 게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문재인은 간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침 원로회의 현장엔 그가 원장으로 있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성도가 안내봉사를 맡고 있었다. 이 중 한 성도는 "우리가 뇌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목사님 설교한다고 무조건 따라가지 않는다. 다만 공산주의가 너무 싫다"고 했다.
전 목사와 이 성도의 말은 무척 충격적이다. 그간 전 목사의 설교는 정치선동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국민대회를 진행하면서 돈을 '밝힌' 모습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그러나 앞서 든 두 발언은 전 목사와 신도들이 보이닌 행동들이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또 전 목사가 최근 며칠간 보인 행보를 보면, 전 목사는 집회 현장에서 거둬들인 돈으로 제 잇속 챙기기 보다 그 돈으로 현실정치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전 목사의 행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전 목사가 얼마만큼 세 확장에 성공할지, 그의 숙원인 국회입성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 목사는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부로 규정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전 목사는 원로회의에서 "주사파 50만 명한테 우리 국민 4950만 명이 코두레를 잡힌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목사의 발언이 철지난 반공 이념의 소산이라는 점은 더 말할 필요 없다. 그러나 전 목사와 그를 따르는 신도들은 이토록 철지난 이념을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고 디트리히 본회퍼의 저항 신학과 연결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고민이 절실해 보인다. 전 목사 현상에 관한 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책임이 실로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