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예장통합 104회기 총회가 결의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습전권위가 세운 동남노회 지도부도 명성교회에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명성교회는 9일 당회에서 김삼환 원로목사와 김하나 목사를 각각 대리당회장과 설교 목사로 세우기로 결의했다. 사실상 김하나 목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결의인 셈이다. 한편 동남노회(최관섭 노회장)는 앞서 4일 유경종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보냈다.
이 같은 조치는 수습안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수습안 2항엔 "서울동남노회는 2019년 11월 3일 경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3항엔 김하나 목사 거취도 2021년 1월 1일 이후 위임목사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명성교회 측이 동남노회 비대위 위원장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추대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이미 명성교회 측은 수습안 가결 직후 시점부터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추대에 반대입장을 밝혔었다.
명성교회가 수습안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총회 입장도 난감해졌다. 총회는 수습안을 내면서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라면서 초법적인 성격이 없지 않았음을 에둘러 인정했다.
문제는 이해당사자인 명성교회와 동남노회 비대위 어느 한 쪽이라도 이행을 거부하면 수습안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고, 이 같은 맹점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동남노회 비대위 쪽 관계자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라면서 "명성교회는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회개하고 돌이켜야 할 때이며 그리해야 살 길이 열릴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총회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습전권위 위원장 채영남 목사와 김태영 총회장에게 차례로 전화연락을 취했으나 모두 받지 않았다. 다만 채 목사는 수습안 발표 직전 기자에게 "만약 이해당사자가 수습안 수용을 거부하면, 우리 손을 떠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