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을 2021년 1월 이후로 사실상 허용한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예장통합 총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선 ‘명성교회 불법 세습 허용 철회를 위한 참회 기도회'(아래 참회 기도회)가 열렸다.
이번 참회 기도회에선 참가자 일동 명의의 명성교회 세습 규탄 신앙선언문이 발표됐다. 참가자 일동은 신앙선언문에서 "오늘 날에도 교회 세습은 하나님의 몸 된 교회를 이용해 치부했던 성직매매의 극단적 모습일 뿐"이라면서 "교회를 하나님의 것으로 돌리고 권세를 하나님께 돌리고자 하는 우리는 모든 형태의 교회 세습에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참가자 일동은 또 "우리는 이제 개혁의 깃발을 들어 '외치는 돌들'이 되고자 한다"며 "우리는 복종하기 위해 저항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한 왜곡된 관행에 저항한다. 이는 사탄의 세 가지 유혹을 이기신 주님께 복종하는 것이며, 이 유혹을 축복으로 둔갑시킨 어둠의 사제들에게 저항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설교를 맡은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도 "교단 화합을 위해 헌법이라도 잠재하자고 했다. 그러나 헌법대로 명성교회가 어떤 형태로든 징계를 받고 세습을 물리도록 했어야 한다"며 예장통합 총회의 처사를 비판했다.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명성교회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명성교회 당회는 9일 김삼환 원로목사와 김하나 목사를 각각 임시당회장과 설교목사로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명성교회 측 A 장로는 "성도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아래는 신앙선언문 전문이다.
신앙선언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제104회 총회는 스스로의 헌법에도 위배되는 명성교회 세습을 사실상 인정했다. 3년에 걸쳐 총회 스스로의 정화 노력을 기대하며 신앙으로 기도해 온 우리는,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현실을 목도하며, 오늘 총회 앞에 우리의 신앙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의 신앙은 50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 온 개혁교회의 신앙이다. 불법한 것조차 '하나님의 은혜'로 치환하는 왜곡된 교회 문화에 찌든 교권은 스스로 상석에 앉아 중심을 잃고 궤변을 일삼다 하늘과 땅의 소리를 헤아려 듣는 귀를 잃고 말았다.
하나님이 아니라 교인의 숫자를 신으로 섬기는 물신주의에 압도당해, 이제 공의는 간 데 없고 숫자의 대소로 옳음이 판별된다는 사탄의 속임수를 신앙 원칙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결국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양심의 눈마저 멀어 버리고 말았다. 순종을 아름다운 덕목으로 여기는 관행에 길들여져 그릇된 결정도 은혜와 사랑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교권에 맞서, 우리는 이제 개혁의 깃발을 들어 '외치는 돌들'이 되고자 한다.
500년 전 교회를 시궁창으로 만들었던 갖가지 불법과 편법들에 맞서, 성경과 이성에 의지하여 저항의 촛불을 들었던 10월의 루터를 되새기며, 오늘 교권의 상석에 앉은 자들의 거짓된 권위와, 숫자를 숭배하는 자들의 힘의 논리와 궤변으로 진리마저 왜곡하는 비상식적 관행에 맞서 신앙과 양심의 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이다.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맘몬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에 살고 있을지라도,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는 신앙"을 견지하고자 한다.
우리는 교회 세습을 성직매매와 함께 교회 타락의 원흉으로 간주했던 루터와 츠빙글리와 칼뱅의 역사를 기억한다. 오늘날에도 교회 세습은 하나님의 몸 된 교회를 이용해 치부했던 성직매매의 극단적 모습일 뿐이다. 교회를 하나님의 것으로 돌리고 권세를 하나님께 돌리고자 하는 우리는 모든 형태의 교회 세습에 단호히 거부한다. 교회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그릇된 결정에 공의가 짓밟힐 때, 우리는 다시 우리 신앙의 선배인 본회퍼와 주기철과 손양원을 기억한다. 더 이상 진리가 포박당한 채 영문 밖으로 끌려가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신사참배의 아픈 역사를 곱씹으며, 위법하고 잘못된 결정에 분연히 거부의 몸짓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저항과 복종! 그렇다. 우리는 복종하기 위해 저항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한 왜곡된 관행에 저항한다. 이는 사탄의 세 가지 유혹을 이기신 주님께 복종하는 것이며, 이 유혹을 축복으로 둔갑시킨 어둠의 사제들에게 저항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다수에 의지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데 거리낌 없는 일그러진 교회 문화에 저항하는 것이며, '상한 갈대도 꺾지 아니하며 꺼져 가는 심지도 끄지 아니하는' 기독교 문화를 회복하신 주님께 복종하는 것이다.
우리는 피할 수 없는 광야 길을 나섰던 세례 요한을 기억한다. 그리하여 지금의 척박한 교회 현실 속에서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모든 산과 언덕을 평탄하게 하고, 굽은 것을 올곧게 하고 험한 길을 평탄하게' 하는 외치는 자의 소리로 거듭날 것이다.
신의 자리에까지 오른 목사들과 교권주의자들에 의해 세습이 자행되는 한국교회에도 교권주의자의 이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고, 교권주의자의 통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고, 교권주의자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진정 거룩한 교회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굴절된 영광의 길을 가라고 유혹하는 사탄의 속삭임을 거부하고, 외롭게 그러나 단호하게 십자가의 길을 가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우리가 나선 길의 길잡이가 되실 것이다.
2019.10.28.
명성교회 불법 세습 허용 철회를 위한 참회 기도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