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다니는 길이 있다.
사람도 그렇다.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옮겨다닌다.
각각의 공간들은 이질적이더라도 길로 연결되는데,
그래서 길은 연속적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이 맞춰진다.
서광선 박사는 기차길 위에서 지나온 삶을 회상했다.
서광선 박사의 삶이 닮긴 『기차길 나그네길 평화의길』이 10월 한울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90년 인생 여정을 어릴 시절 주요 이동수단이었던 기차 여정에 함축하여 담아냈다. 일제강점기 10살 소년 시절 가족들과 생이별하던 평안북도 만포 기차역에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방 후 만주에서 평양으로 가는 기차에서의 소년의 들뜸이, 6.25전쟁이 발발하여 남으로 오는 피란길에서의 기차에서의 소년의 두려움이, 해군으로서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에서 유색인종 차별을 처음 목격한 청년의 이질감이, 천운이 인도한 미국 유학길 기차에서의 청년의 열정 등이 책에 생생하게 그려져있다. 기찻길 위에서 이어지는 저자의 인생 이야기는 철도가 깔려진 공간에서 벌어졌던 한국의 파란만장한 근대사를 또한 비춘다.
서광선의 기차길은 과거 회상에서 끊어지지 않는다.
현재도 여전히 세상의 나그네로 그 길 위에 있고,
공공연히 세상과의 작별이 머지 않았다고 공표하고 다니는 저자의
미래도 이 길에서 소망으로 이어진다.
서광선은 이 책에 손수 그린 28점의 그림을 넣었다.
기차 길에서 그의 눈에 담겼던 그 풍경들과
나그네 길에서 그가 살아냈던 그 공간들은
객관적 지도나 사진에 다 담아지지 않는다.
평화의 길을 소망하는 저자의 마음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