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옹달샘과 초점(14)] 미국은 신성국가이며 한국은 주권국가인가?

숨밭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올 것이 오고 있고 해야할 말이 나왔다

날씨는 분별할줄 알면서도 때는 분별 못한다고 예수께서 꾸중하셨는데, 기독교가 내홍을 앓는 동안 세상 역사는 급변하면서 뭔가 커다란 운명적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동북아 안보상황변화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지각변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각변동을 알리는 하늘의 경고는 보통 백성들 입을 통해 집단무의식으로 전달된다.

최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매우 의미심장한 다음같은 미국내 상황을 전했다: "보통의 미국인들은 주한(駐韓)·주일(駐日) 미군을 보면서 몇몇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그들은 왜 거기에 필요한가? 이들은 아주 부자나라인데 왜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가?". 이 말을 전하는 미국 합참의장의 속뜻은 '보통 미국인들의 입'을 통해서 넌지시 요즘 첨예한 한미 국가 간 문제로 대두된 '주한 미군 주둔비 5배 이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협박과 한국민의 안보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속셈임이 분명하다.

1961년 박정희 소장을 중심으로한 군인들의 구테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60세이던 함석헌은 이렇게 혼자서 중얼거렸다: "드디어 올것이 왔구만!". 일어나서는 안 될 군인들이 정치혁신을 하겠다고 들고 일어난 정변이 오고 말았고, 이제 군사혁명이 일어난 이상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이 쉽게 스스로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기 어렵듯이 군사정권이 지속되는 민주주의 퇴보가 뒤따를 것이라는 예언이다. "올 것이 왔구만!"이란 탄식소리는 그동안 정파싸움만 하던 정치인들의 책임, 주권의식이나 역사의식 없이 이리저리 끌려 다닌 국민들의 책임, 특히 종교계의 안일과 나태와 타락 등을 질타한 탄식이기도 하다. 요즘 미국 보통사람들의 생각이 그렇다고 전달하는 미국 합참의장의 말 속에 다음 같은 몇 가지 본질적 문제가 들어있음을 그 자신도 모르고 전하는 말이었다.

주한 미군의 방위비 인상겁박으로 인해 드러난 은폐되었던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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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미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첫째,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정치계와 언론은 미국 군대가 오키나와나 한반도 남쪽에 주둔하는 근본이유와 목적은 미국자신의 국가이익을 위해 주둔하는 것이 핵심목적이요 이유라는 진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해 왔다. 중국, 옛소련(현러시아), 북한 등 소위 사회주의 국가이념을 바탕에 깐 대륙세력을 막고 정치 경제 국방 등 자국의 국익을 위해 태평양세력의 대표국가로서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다. 겉으론 자유민주의 가치 곧 정의 자유 평등 시장경제 인권 복지 평화를 지키고 실현시키기 위해 미국이 세계경찰국가로서 큰 희생을 감수해 왔다고 정치선전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보통미국인들'이 그런 정치선전적인 명분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정당한(?)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다른 말로 간단히 줄여 말하면 "미국은 세계경찰국가로서 신성한 의무를 수행해야하고 그럴 자격과 능력이 있는가?"라고 되묻는 셈이다.

둘째, 한국의 한 해 국방비 총액은 북한의 40배가 되고, 권위 있는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의 분석에 의하면 핵무기를 제외하면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7위요 북한은 18위 인데, 왜 한국 군사지도자들과 보수정치인들과 특히 보수 기독교지도자들은 미군철수나 감축은 곧바로 제2차 경제파탄이 닥치고 한국은 공산화 된다고 두려워하며 호들갑을 떠는가? 핵무기 때문에 위협이 온다면 왜 미국은 한국의 대응적 핵무기 개발이나 무장을 반대하면서 미군 주둔비를 1년에 5조8천억으로 올리라고 협박하는가? 간단히 줄여 말하면 이래도 한국은 주권국가인가? 한미관계가 정말 피로 맺은 동맹관계인가 아니면 그건 옛날 말이고 지금은 용병 장사 속 거래관계란 말인가?

셋째,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의 국민혁명대표의장 전광훈" 이름으로 일간신문에 큰 광고비 내면서 집회 참여 독려광고문에 희한한 인용 문장 하나가 은퇴신학자의 양심을 괴롭힌다. 그 내용은 나치시절 히틀러에게 저항하다 순교한 20세기 천재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 "미친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데모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자신들의 광고문에 인용하고 있다. 본회퍼의 정치 신학적 입장은 전광훈과 정반대로 진보적 입장인데, 문재인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야 한다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강조하기 위하여 숭고한 순교자 본회퍼의 인격적 생명과 신학적 신념까지 모독하여 악용 혹은 남용하는 하는 것은 용납 될 수 없다. 정말 전광훈 지도부는 본회퍼의 책 1권이라도 제대로 읽었는가 묻고 싶다. 제발 순교자의 거룩한 죽음을 희극화(戱劇化) 하지 말라.

넷째, 북한의 핵무기 위협은 그들 나름의 국가로서 생존하기 위한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국가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들의 속셈도 꿰뚫어 보고 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해 일본이 태평양전쟁 시작점에서 그랬듯이, 진주만이나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 주 하나를 공격하면 북한 전 국토가 1시간 안에 핵폭탄으로 초토화되고 말 것임을 그들도 잘 알 것이다. 그러므로 핵무기 협박이나 핵무기 전쟁으로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서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참여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 관계는 평화협정, 남북 교류, 상생발전, 한민족으로서 주체적 민족문제 자주적 해결의지를 확고하게 해가는 길밖에 다른 길은 없다.

주한 미군감축과 철수? 언젠가는 한국민이 미군은 이제 철수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한국이 금방 망하고 무너진다는 것인지 한국 보수 정치계 및 군부지도층과 극우 기독교 지도자들은 명백하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 미국 안에는 선한 그리스도인도 많았고 지금도 미국민과 한국민 사이엔 특별한 유대감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로서의 미국은 철저히 세속적 국가이며, 자국의 정치 경제 국방 이익을 추구하는 세속적 나라이지 '메시야적 신성국가'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고대 이스라엘 나라가 이집트 앗수리아 바빌로니아 등 강대국들 사이에서 시달리듯이 한민족이 지금 그러하다. 그 시련 속에서 '고난의 종' 역할을 하라고 하나님은 우릴 연단시키시는 것일까? 오산고등학교 역사교사였던 함석헌이 묻던 물음이었다. 우리들도 물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미군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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