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임원 징계 철회를 촉구하며 시작한 한신대 학생과 교수의 단식 농성이 열흘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측 태도는 모르쇠다.
한신대 학생 10명과 사회복지학과 남아무개 교수는 11일 징계완전철회와 총장신임평가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22일 기준 단식 농성은 12일째를 맞는다.
농성장은 학교 본관인 장공관 앞에 마련됐다. 동료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면 농성장을 찾아 연대의 뜻을 전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노회나 유관 단체 관계자들도 간간히 농성장을 찾아 격려한다. 그러나 정작 연규홍 총장과 학교 당국의 반응은 싸늘하다.
농성 중인 신학과 A 씨는 연 총장이 업무를 위해 학교를 찾지만 농성장을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말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이날 오전 총장실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러나 오후 4시 학교 측은 각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한신대가 총장실에서 한신대미래위원회를 발족했다는 내용이었다. 연 총장의 모습도 보였다.
보도자료 상에 나온 연 총장 발언을 아래 옮긴다.
"앞으로 한신대가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대학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 한신미래위원회에서 80주년을 넘어 100주년을 바라보는 거시적 미래를 준비해주시길 바란다. 글로벌평화리더 양성을 위한 한신비전 2030의 중장기 계획이 한신미래위원회로부터 시작한다."
보도자료만 보면 한신대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학내 분위기는 다르다.
무엇보다 총장신임평가에 응하지 않고 있는 연 총장의 행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서울대 사회과학 학생회, 이화여대 중앙동아리가 연대의 뜻으로 보낸 현수막도 눈에 띠었다. 이 현수막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한신대학교 총장신임평가 투쟁에 함께 합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한신대학교 총장신임평가, 전국 대학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해방이화 중앙동아리)
기자는 이미 학내갈등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 총장과 접촉을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지면을 통해 연 총장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 총장은 한사코 접촉을 거절했다. 곡기를 끊은 학생들은 외면한 채 홍보성 행사에만 등장하는 연 총장의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농성학생, "우리의 요구는 약속 지키라는 것"
21일 단식자와 징계학생은 이사장, 이사진과 공동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선 아래 세 가지 합의안이 나왔다.
하나. 합의정신, 화해 정신에 입각해 학생징계는 무효로 할 것을 약속함.
둘. 총장신임평가 및 4자협의회 구성 여부는 4주체의 결정을 존중한다.
셋. 총장이 현 사태를 책임지고 풀어갈 수 있도록 주문한다.
문제는 이 같은 합의 사항이 지켜질지 여부다. 무엇보다 연 총장이 합의 사항을 이행해야 하는데, 이 가능성은 낮다는 게 농성학생 측 진단이다.
이미 학교 측은 징계 학생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학교 측은 12일 학교 홈페이지에 "점거 주도 학생들이 소속한 학과의 지도교수, 학장들의 적극적 학생지도, 간곡한 탄원과 재발 방지 노력 등이 있었고, 지도 대상 학생들도 신념에는 변함이 없지만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명했기에 정상을 참작하여 유기정학 3주 처분을 내렸다. 이는 불법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적법한 의사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할 것이나 어떤 이유에서도 불법적 행위가 재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농성 중인 A 씨는 "21일의 합의는 현사태에 이사회가 개입했다는 것일 뿐, 사태를 종결할만한 의미의 합의는 아니다"라면서 "연 총장과 학교 측이 사과 등 어떤 식으로든 (학생에게) 책임을 묻는 식으로 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학내 갈등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농성학생 측은 당분간 농성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2017년 11월 연 총장이 취임하면서 합의한 사항이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연 총장은 총장신임평가 요구가 나올 때 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회피했다. 우리의 요구는 이 합의 사항을 지키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