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공수처 도입,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다.
20일 단식에 들어간 황 대표는 처음엔 국회와 청와대를 오갔다. 그러다 25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농성장 주변엔 이른 아침부터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도 눈에 띠었다. 이 중엔 개신교인이 많았다.
일부 지지자는 무릎을 꿇고 황 대표를 위해 기도했다. 황 대표 단식을 지지하는 격문에도 성경적(?) 내용이 자주 눈에 띠었다. 지지자가 보낸 화분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우리 기독교인이 있잖아요."
우리 정치사에서 야당 정치인의 단식은 자주 있었다. 황 대표의 단식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황 대표의 단식이 뜬금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황 대표의 단식 투쟁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67.3%에 달했다. "공감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8.1%에 그쳤다. 국민 셋 중 두 명이 공감을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여론은 아랑곳 없이 지지자들은 황 대표의 단식에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중 상당수는 개신교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황 대표 단식장 주변엔 취재진이 진을 치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다. 황 대표가 성일침례교회 협동전도사로 시무한 경력이 있는 개신교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보수 개신교계는 박근헤 전 정권 시절 황 대표가 국무총리로 임명된 시점부터 지지를 표해왔다.
그런데 개신교인으로서 황 대표와 지지자들이 보여주는 현재의 모습이 예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단식과 관련, 예수 그리스도는 분명한 가르침을 남겼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말아라. 그 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그리하여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복음 6:16~18 (공동번역)
황 대표와 지지자들이 기억해야 할 예수의 말씀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