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종교인이 더 윤리적일까?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kangnam
(Photo : ⓒ오강남 교수 페이스북)
▲오강남 교수

요즘 태극기를 흔들면서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이라고 하는데, 이들이나 최근 광화문 집회에서 험담을 쏟아내는 목사의 말을 듣고 그 앞에서 아멘! 아멘!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저럴 수가 있을까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의아해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더 윤리적이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덜 윤리적일 것이라는 통념에서 나온다. 종교에서 일반적으로 가르치듯, 죽어서 얻게 될 상벌 등 인과응보가 없다면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함에 따라 종교가 윤리적 행동을 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서 발견되는 종교들을 보면서 이런 통념이 그대로 통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 우리 주위를 조금만 주의 깊이 살피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에서 종교가 지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지 않을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필자가 쓴 '종교란 무엇인가?' 서문에서도 "종교는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횃불이나 등대의 역할을 한다고 믿어왔는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문제 해결보다는 오히려 문제 자체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이제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사실 이것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기복 중심의 표층 종교, 독선적 종교는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유럽과 미국을 놓고 보면 이들 국가 중 종교 열이 가장 강한 미국이 유럽 국가들 보다 훨씬 높은 범죄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교회 출석률이 다른 어느 주보다 높은 루이지애나 주가 미국 전국 살인사건 발생 평균의 2배가 되고, 교회 출석률이 낮은 동북부 버몬트 주나 서부 오리건 주 등은 전국 평균치보다 낮다고 한다. 미국의 5대 범죄 도시가 모두 이른바 남부의 바이블 벨트에 속한 도시들이고, 미국 감옥에 갇힌 죄수들 중에 무신론자는 0.5%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99.5%는 모두 신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종교 열이 미국보다 더 뜨거운 한국의 형편은 어떨까?

이런 통계 수치를 보면, 종교적이라고 해서 다 윤리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종교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가르침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 윤리에 어긋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래 전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 올포트(Gordon Allport)는 종교적으로 보수적이면 보수적일수록 인종차별 같은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서도 더욱 더 심한 편견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최근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Beyond Religion)라는 책에서 이제 인류는 개별 종교들이 제시하는 종교적 윤리가 아니라 종교와 관계없이 인간의 내면적 양심에 근거한 '세속적'(secular) 윤리를 계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제 인과응보 때문이 아니라 윤리적 삶 자체가 기쁨이라는 의식을 북돋아주는 성숙한 종교, 심층적 종교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닌가?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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