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종교의식 준수에 관한 규범은 매우 엄격하고 오늘의 우리 관습과 생활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본 구절도 그 중 하나다. 금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백종원 표 요리법이라도 알려주려는 것인가? 그 전에는 이런 요리 풍습이 있었다는 말이겠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그런 풍습이 있다든가.... 구약에는 이방 나라의 풍습이나 종교행위를 금하는 규범들이 많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학자들은 이렇게 주석한다. 새끼 염소를 그 어미 염소의 젖으로 삶는 것은 아마도 가나안의 풍요제의와 연관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스라엘은 이를 금지시켜 생명을 주는 어미에 대한 경외심을 강조한다. 이 규정은 경신례 십계에도 똑 같이 반복되며(출 34:26) 신명기의 중요한 가운데 연설인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규정하는 부분에서 이 맥락에 안 맞는데도 뻘쭘하게 추가되기(신 14:21)도 하는 것을 보면 이 규정의 의미가 유달리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본문의 이 금지 규정은 단순히 이방 나라(종교)의 풍습이기 때문에 금지했다기보다는 구약에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어미(부모)와 자식의 천륜 관계로 표현하고 이해한 구절들이 많고 이로부터 연유한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생명의 존엄과 생명을 주는 어미에 대한 경외심이 생명의 하나님이신 야훼 신앙의 핵심에서 자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금지 규정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상호관계를 부모와 자식의 관계, 어머니와 젖먹이의 친밀한 관계보다 더 끊을 수 없는 관계로 이해하고자 하는 '신적 휴머니즘'(divine humanism)이요 '심층 휴머니즘'(depth humanism)의 발로(發露)이며, 그 생각이 생물도 포함한 것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머니가 어찌 제 젖먹이를 잊겠으며,
제 태에서 낳은 아들을
어찌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비록 어머니가 자식을 잊는다 하여도,
나는 절대로 너를 잊지 않겠다. (사 49:15)
※ 이 글은 심광섭 목사(전 감신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