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2019.12.26. 오전 11:43분]
올해도 어김 없이 성탄절이 찾아왔다.
그러나 올해 성탄절은 그 어느 때 보다 우울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센 재벌기업 삼성의 부당해고에 맞서 고공 농성을 시작한 노동자 김용희는 200일 가까이 땅을 밟지 못하고 있고, 스텔라데이지호는 침몰한지 꼭 1000일을 맞았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는 여전히 거리에서 풍찬노숙 중이다.
올해 성탄절을 우울하게 만드는 존재는 또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다. 전 목사는 성탄절 당일 광화문에서 연합예배 형식의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앞선 집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집회 역시 형식만 예배였을 뿐, 정치적 구호와 선동이 난무했다.
전 목사는 연합예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 죽이려고 덤비고. 이런 어리석은 놈이 헤롯왕인데 오늘날의 헤롯왕이 누구냐. 문재인입니다 !"
전 목사의 말에 참가자들은 '아멘'을 외쳤다. 그러자 전 목사는 "문재인은 빨리 내려와야 되는 거야"란 말로 화답했다.
막말은 전 목사의 전매특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 목사가 내뱉는 말엔 '독기'가 가득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경찰의 수사망도 좁혀와서 그러는 듯 하다.
연말 시한 다가오는데
전 목사가 본격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 6월이었다. 당시 전 목사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호기로운 어조로 "연말까지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은 하야하십시오. 이것은 사람의 명령임과 동시에 주님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연말이다. 2019년도 이제 5일 남짓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지지여론도 탄탄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4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7%p 오른 48.3%로 나타났다. 반면 부정평가는 지난 주에 비해 0.6%p 내린 47.4%를 기록했다. 집권 3년차 대통령이 40%대 지지율을 기록한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전 목사로선 무척 당혹스럽겠다. 주님의 명령 운운하며 연말까지 하야하라고 호기를 부렸건만, 문 대통령의 지지는 탄탄하니 말이다.
이단 사이비의 특징은 특정 시한을 정해놓고, 종말론을 설파하는 데 있다. 1992년 10월 28일 세계가 종말한다고 설파한 다미선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 목사는 다소 특이하게 문 대통령을 향해 연말 시한을 제시하고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정치에 종교색을 입힌 시도로 보면 무리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전 목사가 제시한 시한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하야할 이유는 없다.
전 목사를 다루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가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우게 하면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성탄절, 고난 당하는 이들을 찾아 예배하고 기도했다. 성탄절의 참 의미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이렇게 상하고 아픈 이들과 함께 연대하고 불의한 권세에 맞서 싸우는 게 진정한 성탄의 의미다. 고통 당하는 이들을 찾아 연대해 준 그리스도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전광훈 따위의 사이비 종교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일 역시 성탄절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덧붙이는 글]
마침 서울 종로경찰서가 26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 대표인 전 목사와 단체 관계자 등 총 3명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 사법 당국이 전 목사를 엄중하게 다스려 줄 것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