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질문없이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권함

정승환 목사의 책 이야기(7)

묵직한 소리가 그리운 시대에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사람들의 말들이 언론을 장식할 때가 있다.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여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 일상과 영원,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성찰해보게 만드는 메시지들이 전달되어졌기를 기대하지만, 정작 언론을 장식하는 메시지들을 마주할 때면, 낯 부끄러워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쉬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속에 다양한 질문들을 던져보았다. 내면세계의 빈곤함 때문이 아닐까? 기독교 신앙에 대한 깊이 있는 묵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결여되어서일까? 이를 기반으로 참되신 하나님과의 진지한 만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에겐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지불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소리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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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이야기books)
▲『우리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이야기books) 겉 표지

이러한 상황에서 신앙 안에서 삶에 대해 고민해보고, 묵상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우리 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는 독특한 제목의 책이다. 삶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한 책은 아니다. 읽기 쉽게, 편하게 읽어갈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청소년, 청년들도 가볍게 손에 쥐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대충 읽을 수는 없는 책이다. 책에 적혀진 하나, 하나의 글들은 길지 않고, 작은 격언집이나 짧은 묵상 글들로 이루어졌지만, 그 짧은 글들의 무게가 가볍지 않았다. 삶과 신앙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고민과 묵상의 무게가 담겨진 글들이었다. 별 고민 없이 쉽게 지나쳐 버렸을 일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관점에서 삶과 신앙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쉽게 읽고 지나치려 하다가 멈칫하고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어보게 되었다. 글의 형식은 무겁지 않았지만, 글에 담겨진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본질에 대한 추구

왜 이 짧은 글들이 나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었던 것일까? 책의 겉모습만 보면,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같이 상큼하고 사랑스럽다. 어설프게 슬쩍 본문이 담겨진 내지를 살펴보면, 짧은 글들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금방 읽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그렇게 읽을 수가 없다. 읽다가 잠시 멈추고 싶어진다. 좀 더 생각하고 싶어진다. 때로는 기도하고 싶어진다. 왜 그랬을까?

본질에 대한 추구가 글 속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접근은 가볍게 했지만, 담겨진 내용은 묵직했다. 가볍게 건넨 선물이었지만, 뜯어보니 오랜 시간을 드려 만든 수제품 같은 책이었다. 신앙과 삶의 본질을 파고드는 이야기들은 본질을 상실한 삶에 경종을 울렸다. 그래서 쉽게 읽어갈 수가 없었다.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난 하나님을 가벼이 여기는 신앙, 자기중심적인 신앙, 근시안적인 신앙들이 글들에 의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책은 4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 여자 별거 아니었네", "우리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 "사람은 어떻게 악마가 되는가" "진짜 중요한 문제"로 되어 있다. 4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어디서부터 보아도 괜찮다.

"그 여자 별거 아니었네"는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인간의 한계를 깨닫게 하는 글들이다.

"우리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는 우리의 생각보다 크신 하나님을 보여주는 글들이 담겨있다. 하나님에 대한 가볍고, 좁은 생각들을 넓혀주는 글들이다.

"사람은 어떻게 악마가 되는가"는 인간이 성찰 없이 살아갈 때, 빠지게 되는 오류나 드러나는 악마성에 대한 글들이 담겨있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해볼 수 있게 해준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본질적인 신앙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있다. 신앙으로 이루어지는 삶에 대한 묵상들이 담겨있다.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것으로부터 오는 행복은 말 그대로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본질로부터 오는 행복은 삶을 묵묵히 지탱해준다. 하나님, 인간, 신앙이라는 주제들은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변화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급하게 다가오는 현안들로 퍽퍽한 사람들에게 다소 멀어 보이는 주제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본질에 굳게 뿌리내려야만 다가오는 현안들 속에서, 바쁘게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인간됨의 가치를 잃지 않고 묵묵히 빛을 내며 살아갈 수 있다.

 질문하며 살아가기

이 책은 저자의 다양한 질문 속에서 탄생한 책인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향해 "꼭 그래야만 할까?" "왜 그럴까?"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해 얻은 저자의 답을 담아놓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질문에 대한 저자의 결과물이 독자의 생각, 결론과 다를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러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며 좀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해 탐구하고, 발견하려는 태도다.

질문해서 얻어낸 것만이 내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소리들이 있다. 무비판적으로 이 소리, 저 소리에 마음을 내어주다 보면 혼란스럽다. 어디에 뿌리내려야 할지 모를 수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질문이다. 다양한 소리들과 현상들 속에 질문하며 내 것을 만든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견고함이 있다.

이 책은 하나님, 인간, 신앙의 삶을 향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 후 얻어진 열매라고 본다. 우리 또한 저자의 열매들을 발판 삼아 우리의 삶의 본질적인 주제들을 향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고민과 묵상, 기도와 은총 속에 얻어진 답들이 우리의 삶에 터가 되고, 우리가 가는 여정에 길이 되지 않을까.

※ 이 글은 본지의 외부 기고가 정승환 목사가 연재 중인 <책 이야기>입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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