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출애굽의 역사와 예술(1)

심광섭 전 감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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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심광섭 페이스북)
▲Adriaen van Stalbemt, The Building of the Tabernacle, 1610-20.

기독교는 이스라엘의 종교사의 특징을 계승한다. 한때는 기독교와 이스라엘 역사의 차이와 단절을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예수는 유대인이며 기독교와 유대교의 연속성을 말하는 것이 최근의 대세다.

이스라엘 종교는 역사와 시간 중심의 종교라는 점을 가장 두드러지게 내세운다. 그것은 이스라엘 예언자들이 비판하고 반대했던 가나안의 우주와 자연, 공간 중심의 종교와 자신을 대립의 관계에 놓으면서 더욱 강화된다. 하여, 이러한 특징을 계승하는 기독교 역시 시간과 역사 중심의 종교요 공간과 장소의 종교를 말하면 그것은 그리스와 동양(인도의 힌두교와 동북아의 불교, 유교 등)의 이방 종교의 특징이라고 비판하거나 부정하고 거부한다.

하지만 유대교의 창시자인 모세 자신은 출애굽적이고 노마드적 시간과 역사 종교의 창시만이 아니라 성소와 성막이라는 예배공간을 마련하고 지은자이기도 하다(출 24:16b~31:18; 35~40장). 거듭 주장되는 출애굽의 목적은 야훼 하느님께 자유롭게 예배드리기 위한 종교의 공간성 확보이다(출 3:12; 5:1, 9:1, 9:13, 10:3). 또한 광야생활 동안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주요 과제이기도 했다.

역사적 민주화의 과제를 지상의 과제로 생각했던 70년대 대학시절 성경에서 해방과 자유의 역사를 읽어낼 때마다 오묘한 희열을 느끼곤 했다. 마침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1965)은 출애굽을 다시 보게 했으며, <십자가에 달리신 하느님>(1972)은 십자가를 출애굽과 연관시켜 읽게 했다. 이들에게 신학에서의 공간과 장소의 문제는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출애굽기를 읽어도 24장까지만 재미있고, 성막 건설에 관한 25장 이하의 본문은 길고 지루해서, 그것이 왜 첨부되었는지 그 의미를 잘 알 수 없었고, 강조하는 사람도 없었고 알려고도 애쓰지 않았다.

이런 정황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성막에 관한 본문은 재미없는 대목으로 여겨져, 건성으로 읽거나 아예 봉독에서 제외된다. 설혹 주의 깊게 읽는다 해도 어떤 메시지나 의미, 감명을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성막 본문은 출애굽기의 1/3을 차지하는 13장에 달하고, 그 내용 역시 뒤 이어 나오는 레위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종교생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스라엘을 억압과 죽음의 땅 애굽에서 해방하시는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일상생활과 삶 속에 현존하시길 원하신다. 그래서 하나님은 직접 성막 건설을 지시하신다. 물론 이동하는 시간 종교와 거주하는 공간 종교 사이에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던 날부터 오늘까지 집에 살지 아니하고 장막과 성막 안에서 다녔나니"(삼하 7:6), 하는 이 말씀은 이 둘 사이의 갈등을 대변하는 말씀이다.

나는 출애굽은 역사에서 출발하여 예술에서 완성되며, 예술은 시간과 역사의 변혁을 민감하게 수용할 때 그 창조성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출애굽의 미학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심광섭 목사(전 감신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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