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13일)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정당들이 통과시킨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둘러싸고 검찰조직 내 반발이 일고 있다.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을 쓴 한 부장 검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십시오. 우리는 민주시민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검찰 힘빼기' 법안의 당사자격인 검찰 조직 내 반발은 예측 가능한 반응이었다손치더라도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미완의 법안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3자의 입장에 서 있는 시민단체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모양새다.
참여연대는 14일 '수사권 조정법안 통과, 형사사법절차 정상화 과정'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경찰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제대로된 자치경찰제의 전면적 시행, 정보경찰의 전면 폐지, 행정경찰의 수사개입을 막는 독립적인 수사본부의 설치 등 경찰개혁 역시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보완은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정부 여당과 경찰 조직과의 부당거래라는 의혹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참여연대는 검찰 개혁은 중단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해서도 안된다는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이 단체는 "(검찰의)권한을 남용한 무리한 수사도 있어서는 안되지만, 인사나 조직개편을 통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키거나 중단시켜서도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인사권의 행사와 조직개편도 절차와 법령에 따라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조만간 이어질 검찰 내 추가 인사가 현 정부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비대해진 검찰 조직이 독점하던 권한을 경찰과 나누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았다. 검찰 개혁 프레임을 이용한 '검찰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는 정부 야당과 보수 시민단체의 주장과 달리 검찰은 여전히 영장청구권과 재수사요구권, 징계요구권 등으로 경찰수사를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다. 명목상의 수사지휘권만 폐지되었을 뿐이다. 검찰은 이 밖에도 소위 '특수수사' 영역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직접수사할 수 있다.
경찰도 이번 법안 통과를 놓고 검찰 심부름꾼에서 수사 주체가 되었다며 으쓱해할 일도 아니다. 도리어 경찰은 주체나 주인 의식으로부터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며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는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자의식을 다져야 할 때다. 조직의 우상화는 권력의 독점과 부패를 낳는다. 경찰 조직도 예외일 수 없다.
덴마크 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역설의 신학에 의하면 그가 말한 역설이란 "진리가 인간에게 한 통일체로써 이해되지 아니하고 반대물의 긴장에서 항상 변증법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헤겔의 제자 키에르케고르는 정반합의 스승의 변증법과는 달리 반대의 긴장을 유지하는 긴장의 변증법을 말했다. 정이든 합이든 어느 한쪽으로 정신이나 권력이 집중될 때 발생하는 우상화의 문제를 타파하고자 함이었다. 현대 사회 조직 운영의 원리는 헤겔의 정반합의 변증법 보다는 키에르케고르의 역설의 변증법을 차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