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보강 1월 15일 오후 4:51]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는다.
먼저 전 목사는 학력위조 의혹으로 시민단체 평화나무로부터 고발당했다. 전 목사는 6일 한기총 차기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고, 이에 대해 한기총은 15일 전 목사에게 후보적격 판단을 내렸다. 이대로라면 전 목사의 대표회장 연임은 무난해 보인다.
한편 공영방송 KBS 1TV 시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은 11일 오후 '교회정치, 광장에 갇히다'편을 통해 전광훈 목사의 정치행보를 재조명했다.
갖가지 고소고발과 비판여론에도 거침없이 마이웨이를 질주하는 전 목사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시사기획 창 - 교회정치, 광장에 갇히다' 편도 그간 전 목사의 행보를 재탕한 데에 의미가 한정된다.
하지만 하나 주목할 만 한 장면이 있다. 전 목사는 소위 '순국 결사대'란 조직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들은 전 목사 집회의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출동하는 전위조직 역할을 한다. 이들이 결사대에 가입하면서 유서를 받은 사실이 '시사직격'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서 목사 하나가 등장했다. 자신을 경주 한동교회 박수용 담임목사라고 소개했는데, 박수영 목사가 맞다. 박 목사는 우연히 전 목사가 운영하는 유투브 채널 '너알아TV'를 보고 순국 결사대 가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주중엔 결사대 활동 하고 주말에 KTX로 경주로 내려가 설교한 뒤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고 했다. 자신이 결사대 활동을 결심했다고 하니 가족들이 눈물 흘렸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박 목사가 왜 결사대 활동을 하는지 이유는 아래 언급에서 찾을 수 있다.
"어차피 나라가 공산화되고 사회주의가 되면 제일 먼저 죽는 사람이 목사인데 개죽음 당할 수는 없다. 나라를 위해서 이 한 목숨 바치는 게 얼마나 숭고한 일이고 얼마나 좋은 일인가?"
가짜뉴스에 감화 받고 순교 불사하겠다는 목사
박 목사는 '전광훈 현상'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박 목사가 담임하는 한동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경동노회(노회장 이동석 목사) 소속이다. 노회장 이동석 목사는 기자에게 "경주, 영전 지역 교회가 이 노회 소속으로 이 지역 목회자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박 목사도 그 중 한 명이다.
보수 성향의 개신교는 소셜미디어, 특히 유투브를 통해 유포되는 가짜뉴스에 취약하다. 박 목사도 전 목사가 운영하는 '너알아TV'를 보고 '감화' 받았다. 무엇보다 박 목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나라가 공산주의로 가고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명백히 사실과 배치됨에도 말이다.
전 목사가 설파하는 교의가 바로 이런 것, 즉 이승만이 세운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공산화된다는 교의다. 전 목사의 교의는 철지난 반공 정치이념을 그리스도교 언어로 포장한데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 목사의 교의에 감화 받는 목회자와 성도가 속출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이 나라 개신교가 그만큼 정치적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저간의 상황으로 볼 때, 전광훈 현상은 당분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다. 전 목사의 질주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불행하게도 없어 보인다. 앞서 지적했듯 한국 개신교가 반공 정치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적화통일이 되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숙청 대상 1위"라고 한 여의도 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의 최근 발언은 무척 시사적이다.
원로 학자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여러 차례 "자기 신학이 없다"고 개탄해 했다. 전광훈 현상은 자기 신학이 없이 반공 이념에 기대 세를 불려온 한국 개신교가 낳을 수 밖에 없는 결과다.
보다 멀리 보고, 한반도 분단, 청년실업,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 지역 갈등, 부의 양극화, 위험의 외주화 등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그리스도교의 시선에서 고민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광훈 현상은 개신교를 지배하면서 오래도록 한국 사회에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