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래된 어떤 조언"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

hojoon
(Photo : ⓒ류호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

아주 오래전 신학교에서 가르칠 때다. 신학 공부하는 일에 심각한 회의(懷疑)에 빠진 한 친애하는 제자가 상의하러 찾아왔다. 목사 되는 일에 자신이 없다는 솔직한 고민이었다. 당시 내가 뭐라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사 반세기가 지난 어제서야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가 어제 자그마한 교회에 담임 목사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그 때 그 옛날이야기를 꺼내면서 말이다.

그 말을 듣는 내내 나 역시 좌불안석에 어쩔 줄 몰랐다. 내 스스로에게 던진 말처럼 비수같이 내 가슴을 후벼 팠기 때문이었다. 지난 목회세월동안 정말 내가 그렇게 목회했는가 하고 말이다. 제자 목사님이 기억하고 있는, 내가 그에게 주었다고 하는 그 세 가지 권고를 다시 곱씹어본다.

[1] "자네, 왜 목사가 되려는지 생각해 보게나. 종교행상인 같은 목사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때에 왜 굳이 목사가 되려고 하는지 말일세. 부르심을 받은 내용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목사의 길을 걷게 되는지 평생 마음에 되짚어 보시게나."

[2] "목사가 된다면, 교인들을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해야 하는데 말일세. 그게 결코 쉽지는 않을 걸세. 사랑을 하되 각 개인에게는 그 사람밖에 사랑할 대상이 없는 것처럼 '배타적 사랑'을 하고, 또한 교인들의 신분과 처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포괄적 사랑'을 해야 할 걸세."

[3] "양질의 꼴로 양을 먹이는 좋은 목자처럼, 목사 역시 배움의 끈을 놓지 말고 평생 공부에 올인 하시게나. 평생 공부란 늘 가르침을 받는다는 겸손의 자세로 배움의 밭을 부지런히 가는 일일세. 교인들을 위해 최상의 정찬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공부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일세"

※ 이 글은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