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신학교에서 가르칠 때다. 신학 공부하는 일에 심각한 회의(懷疑)에 빠진 한 친애하는 제자가 상의하러 찾아왔다. 목사 되는 일에 자신이 없다는 솔직한 고민이었다. 당시 내가 뭐라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사 반세기가 지난 어제서야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가 어제 자그마한 교회에 담임 목사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그 때 그 옛날이야기를 꺼내면서 말이다.
그 말을 듣는 내내 나 역시 좌불안석에 어쩔 줄 몰랐다. 내 스스로에게 던진 말처럼 비수같이 내 가슴을 후벼 팠기 때문이었다. 지난 목회세월동안 정말 내가 그렇게 목회했는가 하고 말이다. 제자 목사님이 기억하고 있는, 내가 그에게 주었다고 하는 그 세 가지 권고를 다시 곱씹어본다.
[1] "자네, 왜 목사가 되려는지 생각해 보게나. 종교행상인 같은 목사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때에 왜 굳이 목사가 되려고 하는지 말일세. 부르심을 받은 내용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목사의 길을 걷게 되는지 평생 마음에 되짚어 보시게나."
[2] "목사가 된다면, 교인들을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해야 하는데 말일세. 그게 결코 쉽지는 않을 걸세. 사랑을 하되 각 개인에게는 그 사람밖에 사랑할 대상이 없는 것처럼 '배타적 사랑'을 하고, 또한 교인들의 신분과 처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포괄적 사랑'을 해야 할 걸세."
[3] "양질의 꼴로 양을 먹이는 좋은 목자처럼, 목사 역시 배움의 끈을 놓지 말고 평생 공부에 올인 하시게나. 평생 공부란 늘 가르침을 받는다는 겸손의 자세로 배움의 밭을 부지런히 가는 일일세. 교인들을 위해 최상의 정찬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공부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일세"
※ 이 글은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