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는 고려대 임미리 교수가 지난 5일 경향신문에 낸 칼럼으로 인해 민주당으로부터 고발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당의 이번 조치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경향신문 등 주요 소식통에 의하면 13일 검찰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참여 권유 활동(공직선거법 58조의2)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며칠 전 경향 '민주당만 빼고' 칼럼이 선거기사심의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에 이어 오늘은 민주당이 나와 경향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이어 "왜 고발했을까?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일 텐데 성공했다.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봐 걱정된다"며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는, 노엽고 슬프다.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선거법의 가장 큰 목적은 부정부패와 과열 방지에 있다"며 "특정 후보의 당락이 아닌 특정 정당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법 위반은 그래서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끝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헌재의 기각 결정문을 인용해 "후보자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임 교수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 조치에 진보 진영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권 여당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로써 이 문제는 민주당이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칼럼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 되는 것이지 법원으로 끌고 갈 사안은 아니다.표현의 자유는 이념을 넘어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거들었다. 그는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라며 "나도 고발하지. 나는 왜 뺐는지 모르겠네"라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는 이어 "낙선운동으로 재미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하네요. 여러분, 보셨죠?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 당하겠습니다. 리버럴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네요.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님, 이게 뭡니까?"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이 고발한 임 교수의 칼럼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 오피니언면에 게재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임 교수는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그는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이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