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중에 상상력을 동원하라고 하셨는데 이런 인위적인 수단이 기도와 영성운동에 도움이 됩니까?”
“저는 도저히 유,불,선 종교에서나 납득 될만한 선생님이 가르쳐 준 그 기도를 못하겠다. 목회 현장에 이런 기도를 꼭 해야 하는 명확하고도 분명한 이유를 설명을 해달라”
23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 장로회신학대학교 유해룡 교수가 강의 중 잠시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갖자 여기 저기서 빗발치는 항의성 질문이 이어졌다. 이 같은 공격적인 질문에 유 교수는 “알겠다”고 짧게 답한 뒤 질문에 관한 답변을 제시했다. ‘기도와 영성’이란 주제로 강의를 전하던 그가 ‘관상기도’를 소개 하던 중이었다.
▲ 23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래교회 컨퍼런스 강사로 나선 유해룡 교수가 '기도와 영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베리타스 |
유 교수는 첫째로 상상력은 현실성과 역사성을 수반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 상상력은 환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환상은 상상력과는 달리 현실 도피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상상력이 현실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나타낼만한 예로 성지순례를 들었다. 상상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2천년전 예수 시대 당시의 예루살렘을 결코 경험하지 못하고, “1달러 달라”는 장사꾼들 소리만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상상력을 동원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높게 세워진 고층건물들을 모두 다 쓸어내고,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하나하나 마다 예수의 발자취만을 상상하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는 사이 예수님을 만나 예수님과 일대일로 내 신앙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인위적인 것 그리고 인위적이지 않은 것의 차이가 모호하다”며 “내 의지가 적극적으로 개입된 것이라면 인위적이겠지만, 하나님의 관계를 더욱 친밀히 갖기 위한 목적으로 (상상력)이 사용될 때 그것을 하나님이 받으시면 그것은 이미 인위적인 것이 아닌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목회현장에서의 관상기도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관상기도가 싫으면 안하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유 교수는 “제가 제시한 영성·운동은 기존의 것을 갈아 업자는 취지로 연구하고, 창안한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기독교 영성 운동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관상기도가 맞지 않으면 안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관상기도의 목회 현장 도입에 목회자들의 선택이라고 말한 유 교수는 관상기도의 유용성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관상기도가 자기몰입형 기도에서 자기초월형 기도로 기도의 영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유 교수는 “자기몰입적 형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말씀 자체로 들어가기 전에 자기 자신의 현안적인 문제를 말씀에 투사하여 말씀을 임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기초월적인 형태로 넘어가면 “현안적인 문제보다는 말씀 자체가 말하도록 한다”며 “그래서 그 말씀 안으로 초대되는 경험을 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과 자신과의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자기몰입적 형태의 기도가 성경을 탐구의 대상으로 보는 3인칭 시점이라면 자기초월적 형태의 기도는 예수님과의 관계를 3인칭인 나와 '그'가 아닌 나와 '당신'이란 2인칭 시점으로 옮기게 해줘 예수님과의 관계를 더욱 두텁께 해준다고 했다.
또 “기도를 춤”이라고 표현한 유 교수는 능동성과 수동성의 적합하게 반응할 때 관상적 기도 효과가 나타난다며 “하나님이 멈출 땐 따라 멈추고, 움직이실 땐 따라 움직이며 스텝을 맞춰 가는 것이 관상적 기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