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의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염병을 하나님의 심판의 소재로 삼고 신자들을 길들이며 '죄와 벌'의 공포통치를 조성해 논란을 빚고 있는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의 대응 방식과는 달라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앞서 코로나 공포가 확산되자 일부 목회자들은 최근 주일설교에서 '죄' 때문에 '벌'(전염병)을 받는다는 논리, 즉 신명기 전통의 '보상 교리'에 기대어 현재 전염병에 걸린 환자나 그의 가족들에게 2차적으로 고통을 주는 종교적 폭력성을 드러냈다.
이 교리의 무서움은 결국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과거의 죄 때문에 받는 고통이니 고통받는 현실에 저항하지 말고 순응하라'는 숙명론적 세계관을 낳는다는 데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고통 속에 있는 신자들을 정죄하는 논리를 생산해 신자들의 현실 변혁의지를 꺾고 신자의 현실을 방치해 이중의 고통을 주는 폭력성을 수반한다.
이러한 종교의 폭력성은 종종 교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말해 '신앙적 올바름'(religious correctness, 이하 RC 표기)으로 정당화 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하여 '죄와 벌'의 인과율을 설파하는 이들은 종교적 폭력을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폭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RC의 선언을 통해 진리를 수호하고 있다는 착각 내지는 자기기만에 빠지는 것이다.
전염병 확산을 둘러싸고 극단적 'RC'의 폭력성이 두드러지는 한국교회 강단에서 이찬수 목사의 '발상의 전환'은 전염병을 바라보는 신자들의 관점에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찬수 목사는 22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코로나19 대처 교역자회의' 모두발언에서 『기독교의 발흥』이라는 책을 인용하며 역병이 창궐하던 시기 변방의 작은 신앙 공동체가 발흥할 수 있었던 이타적인 신앙적 태도에 주목했다.
그는 "이교도로 표현되던 당시 종교와, 신흥 기독교 공동체가 보여준 태도가 너무 달랐다. 당시 로마 사회나 이교도들이 좌절하고 역병 앞에서 종교인들이 먼저 도망갔을 때, 쌓여있던 시체들이 방치돼 쥐들이 병을 더 옮길 때, 초대교회 교인들이 이를 다 정리하고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도 기독교인 사망률은 극히 적었다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면역력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독교가 이런 부분에서 차별화되고 시대와 민족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정신이 구현되는 좋은 기회로 삼도록 목양을 지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병의 시기에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교리를 돌아봐야 한다. 이 나그네 같은 인생 길을 어떤 훈련의 도구로 삼을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목사는 "위기의 때, 어느 곳에서 어떻게 예배드리든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하며 갈망할 수 있는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 회의를 소집한 핵심"이라며 "일상적 심방도 당연히 중단돼야 하기에, 오히려 교회 전체를 점검하고 바라보면서, 전체적으로 우리 목회를 점검하는 좋은 기회로 삼자"라고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