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 신앙과 미신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corona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천안시내 대형 병원은 선별 진료소를 마련하는 한편 방문객 통제에 들어갔다.

참된 신앙은 신자로 하여금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향해 깊은 동정을 품게 만드는 것으로 인격적인 것이다. 간혹 이런 신앙을 미신과 결부시키는 이들이 있다. 미신이란 곧 믿기 어려운 신앙을 이르는 것이다. 예수 믿고 병 고치고, 예수 믿고 부자 되고, 예수 믿고 영혼 구원 받는다는 신앙이다. 이런 신앙을 삼박자 구원이라며 교리화한 교단도 있다. 예수 믿고 병 고친다는 신앙을 가진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어리석다. 사람 몸은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 있고 약한 사람이 있다. 면역력이 약하면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감염병에 걸린다.

예수 믿고 범사에 축복받아 부자 되리라 믿는 사람도 어리석다. 좋은 직장, 좋은 기술도 없이 부자 될 것이라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무임승차로 축복을 누리려 하는 도둑놈 신앙이다. 수고도 안 하고 많은 것을 얻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이런 걸 가르치는 목사는 탐욕을 축복이라 가르치는 삯꾼 목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유함을 누리는 이들은 소수다. 소수에게만 축복을 주는 하나님은 가짜 하나님이다.

예수 믿고 영혼이 구원받는 것을 배타적 특권인 양 가르치는 목사가 있다. 이런 신앙은 영적 이기주의자를 만든다. 남들에겐 지옥으로 갈 저주를 내리고 저희끼리만 구원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앙은 참된 하나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나님은 모든 생명을 사랑하시고, 구원에 이르도록 기다리신다. 누구에겐 구원을, 누구에겐 저주를 내리시는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된 신앙은 건강과 부유함과 배타적 신앙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건강하다가도 늙으면 몸이 약해지기도 하고 암에 걸리기도 한다. 예수 믿는다고 모두 부유해 지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부자가 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수고해도 실패할 수도 있다. 참된 신앙은 건강하거나 병들거나, 돈이 있거나 없거나 변함없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며, 약한 자를 서로 돌보며 평화를 누리며 사는 것이다.

구원은 하나님의 선물이지 우리가 만든 교리가 이루어 주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신천지 교회에서 급격히 퍼진 이유는 자기들이 별종이라고 여겨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바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별종은 없다. 다만 하나님이 두뇌를 주셨으니 지혜롭게 판단하여 처신하고, 성실함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전광훈이처럼 바보 노릇 하면 안 된다. 나라가 금세 망할 것 같다는 그의 판단도 바보스럽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무시하는 행태도 역시 바보짓이다. 전염병을 하나님이 주셨다고 떠드는 목사는 더욱더 멍청한 목사다. 하나님이 전염병이나 돌게 하는 하나님이라면 그런 하나님은 그저 악한 신일 뿐이니 믿을 가치가 없다. 부디 바보 같은 짓 하지 말아야 한다. 시대가 악할수록 지혜롭게 행하시라.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8~9위인 나라다. 군사력도 세계 7위다. 지구상에 있는 196개 나라 중에 상위 5% 안에 드는 최상위다. 감사해야 할 시점이지 나라 망할 것처럼 떠들 때가 아니다. 나라 망한다고 떠들려면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 했어야 옳다. BTS, 한류 바람, 기생충 오스카 4관왕을 이루어낸 나라 국민답게 품위를 지킬 때다. 더 부유해지려고 하기보다 우리 사회가 더 정의롭고 공평해지도록 노력할 때이고, 전쟁보다 평화를 선택할 때다.

광화문에서 전광훈이 거짓 선전에 정신 나간 분들 부디 정신 차리시기 바란다. 신학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의 사이비 언변에 속지 말고, 미신과 모든 악독을 버리고 참 신앙의 길을 따라 걷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 이 글은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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