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2일과 23일 연이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이어나갔다.
전 목사 측의 주말 집회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이번 주말 집회는 다른 이유로 주목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커지는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시민운집이 많은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뒤였다.
그럼에도 전 목사 측은 이를 간단히 무시했다. 급기야 박원순 시장이 직접 집회현장을 찾아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려 박 시장에게 적대감을 드러냈고,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 시장의 집회금지가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한 참가자는 "열린 공간에선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는다"며 "중국인 관광객은 놔두고 왜 예배를 못하게 하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예 주최측이 나서서 "마스크와 장갑 등 위생 장비를 완벽히 갖추고 참가자 간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안전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김태형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22일 오후 'KBS9 뉴스'에 출연해 "군집해서 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하면 타액이 튄다. 따라서 집단적 행동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개의치 않았다. 전 목사는 22일인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명이 끝난다 하더라도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외쳤다. 23일 집회에선 한 걸음 더 나갔다.
전 목사는 "여러분이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의 탄압을 이기고 집회에 오게 된 것은 주님이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기 때문이다"라면서 "광화문 예배에 온 여러분은 진짜 기독교인이다. 오히려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말했다. 한 목회자는 혼잣말로 '바이러스 물러가라'라는, 주문에 가까운 기도를 되뇌이기도 했다.
신학적 도전에 번번이 실패한 한국교회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한국교회는 사회신학적 도전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4대강 사업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은 그리스도교의 생명, 평화 윤리와 충돌하는 지점이 없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집권기 한국교회는 더욱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교회가 토대 삼고 있는 신학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들어서도 시험은 이어졌다. 성범죄 가해자 안태근 전 검사장의 온누리교회 신앙간증은 회개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이어진 전광훈 목사 집회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마침 이단 종파인 신천지가 코로나19 수퍼전파자로 지목되면서, 신천지의 이단성 반사회성이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전 목사가 주말 집회 강행을 선언하면서 시선은 전 목사로 쏠렸다.
무엇보다 세상 여론이 이단 종파 신천지와 '나름' 정통으로 자부하고, 개신교 대표성을 주장하는 전 목사와 별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전 목사의 말을 들어보면 사이비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로 개신교 교회에겐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전 목사는 "한 방에 끝장내자"며 오는 29일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24일 전 목사는 다시 한 번 구속의 갈림길에 선다. 이번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추가고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심대규모 집회금지 조치를 위반한 오늘 집회를 주최한 단체 임원 전원과 집회 참가자들은 법에 따라 예외없이 고발조치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