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코로나19와 교회의 예배, 예수라면 어떻게 할까?"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

corona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코로나에 대한 한국교회 대응 방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의 광풍이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의학전문가와 정부는 밀집된 실내공간에서의 집회가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성을 높인다며 다중이 모이는 실내 집회를 가급적 중지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구와 부산, 서울에 있는 일부 교회와 성당들이 예배와 미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전쟁 중에도 예배를 중단한 적이 없다며 예배 중단이 마치 신앙 없는 자들의 불 신앙적 행위이거나, 하나님보다 코로나19를 더 두려워하는 용기 없는 행위라며 비판합니다. 광화문의 전광훈은 다른 것은 몰라도 주일예배만은 광장에서 드리겠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과연 신앙적인 주장일까? 또 예수라면 어떻게 할까? 이 물음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안식일과 관련한 마테복음서12장의 일화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속의 일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한 안식일에 예수 일행이 밀밭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밀밭 사이를 지나가던 중에 배가 고팠던 예수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서 먹었습니다. 이를 본 바리새파 사람이 제자들은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배고팠던 다윗과 그 일행이 성전에 들어가서 제사장만 먹을 수 있는 제단의 빵을 먹은 사실을 지적하며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들어 바리새파 사람을 꾸짖었습니다.

또 회당에서 바리새파 사람들이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두고 예수를 고발하려는 의도로 "안식일에 병을 고쳐도 괜찮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예수는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진 양을 구하는 것이 옳듯이 안식일이라 할지라도 양보다 귀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에 괜찮다며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셨습니다. 또 마가복음서 2:27에서 예수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에서 로드리고 신부는 배교하라는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의 설득을 거부하고 순교를 다짐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배교하지 않는 한 배교하고도 고문당하는 신자들이 죽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순교함으로 신앙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배교함으로 신자들을 살릴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집니다. 존경하던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도 같은 이유로 배교했음을 안 로드리고는 결국 배교를 결심합니다.

다음날 새벽, 배교의 의미로 동판에 새겨진 예수의 얼굴을 밟던 로드리고는 발에 전해오는 격렬한 통증을 느낍니다. 순간 로드리고는 '밟아라.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알고 있다. 밟아라. 나는 너희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진 것이다.'하고 말씀하시는 예수의 음성을 듣습니다. 또 자신을 찾아와 용서를 구하는 자신을 밀고했던 키치지로의 얼굴에서 '나는 침묵하고 있던 것이 아니다. 너희와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다', '배교가 순교보다 괴롭지 않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를 발견합니다. 결국 로드리고는 진실한 예수의 가르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자신이 최후로 일본에 남은 사제임을 자각합니다.

코로나19로 신자와 이웃들이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의 예배 강행 여부는 형식과 교리를 근거로 불안과 공포에 떠는 신자와 이웃들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빠트릴 것인가 아니면 예수의 가르침의 참 뜻과 의미를 근거로 불안과 공포에 떠는 신자와 이웃들을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모세의 <율법>과 안식일 규정을 비롯한 장로들의 전통을 가장 엄격하게 해석하고 철저히 지켰습니다. 예수는 이런 바리새파 사람들을 향해 위선자라며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 속에는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이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가복음서 12:31)고 말씀하셨습니다. 율법과 전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웃 사랑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신자와 이웃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에 떠는 상황에서 예배의 중지 여부에 대한 예수의 생각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신자와 이웃들을 코로나19의 위험에 몰아넣을지라도 형식과 교리에 매여 예배를 강행해야 한다는 당신, 바리새파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입니까?"하고 말입니다.

※ 이 글은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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