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집단에 책임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4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한 말이다.
먼저 현 상황을 살펴보자. 이단 종파 신천지가 코로나19 '수퍼전파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런데 통합당에선 이와 관련한 언급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통합당 일부 의원은 신천지를 감싸는 발언까지 했다.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둘 사이의 설전은 이랬다.
정 의원 : 왜 중국인 입국자를 봉쇄시키지 않았습니까?
박 장관 : 현재 확진자가 퍼진 데는 중국인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오는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정 의원 : 그럼 그들 모두 격리시켜야죠!!
박 장관 : 어떻게 중국에서 오는 2000명 넘는 우리 국민을 격리시킵니까?
정 의원 : 그럼 또 신천지 탓을 하려는 거예욧?!!
박 장관 : 신천지 얘기는 제가 지금 하지도 않았습니다.
얼핏 박 장관 발언은 중국에서 입국한 한국인이 원인으로 오해될 수 있고, 실제 몇몇 언론은 이 발언을 부각시켜 박 장관을 질타했다. 하지만 박 장관 발언은 통합당의 중국인 입국 금지가 실효성이 없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는 판단이다.
둘 사이의 설전에서 정작 주목할 지점은 다른 데 있다. 정 의원은 박 장관과 설전을 벌이면서 신천지를 입에 올렸다. 정 의원의 발언은 마치 신천지가 책임이 없다는 늬앙스가 강하다.
조경태 의원도 26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제대로 펴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종교, 특정 집단에 대해서 탓만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책임을 회피한다는 의혹과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말은 정 의원의 말과도 묘하게 맥락이 맞닿아 있다.
이러자 소셜 미디어 상에선 통합당이 신천지와 유착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앞서 인용한 황 대표의 발언은 유착가능성을 증폭시키는 한 요인이다. 황 대표는 '특정 집단'이라고 했는데 이 특정 집단이 바로 신천지다.
황 대표는 27일 코로나19 최대 확진자 발생지역인 대구를 찾았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웠다. 그러나 신천지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확진환자 대부분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을 맺고 있었다. 또 26일 오전 9시 기준 확진자 가운데 52.1%가 신천지 교인이었다. 확진환자 둘 중 하나는 신천지 교인이라는 말이다.
적어도 제1야당 대표라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입장 표명이 나올 법 하다. 하지만 황 대표는 신천지 언급은 피하면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수상한 침묵, 왜?
눈길을 끄는 건 황 대표가 전도사 시무 경력을 가진 '독실한' 개신교인이라는 점이다. 개신교와 신천지는 대척점에 놓여 있다.
개신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신천지를 이단종파로 여기며 경계해 왔다. 신천지가 소위 '추수꾼'이라는 행동대원을 기성 교회에 침투시켜 구성원들을 신천지 교회로 옮기는 전도방식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성 교회마다 '추수꾼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강하게 단속했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황 대표가 신천지에도 한 마디 일침을 가해야 하지 않을까? 이 같은 기대감이 무색하게 황 대표는 신천지에 대한 언급은 삼가는 중이다.
통합당이 신천지를 감싸고, 황 대표가 언급을 자제하면서 통합당과 신천지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부 소셜미디어 유저들은 신천지와 통합당의 로고가 비슷하다는 인증샷을 올리기까지 했다.
신천지가 대구 경북 유력정치세력인 통합당과 줄을 대려 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천지의 정치색이 통합당과 비슷하다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 기성 종단으로부터 이단시 되는 신천지로선 유력 정치세력으로부터 비호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어서다. 정치인 입장에서도 결속력이 강한 유력 종교단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표 관리가 수월해진다.
통합당과 신천지의 유착 의혹은 정종유착의 흥미로운 사례이자 코로나19 정국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