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예배 취소?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

samil
(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삼일교회 전경. 위 사진은 해당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 미국에서 목회할 때다. 미국의 중서부, 그니깐 미시간과 오하이오에서 살 때다. 겨울에는 눈폭풍(snowstorm)과 눈보라(blizzard)가 휘몰아친다. 때론 앞이 안 보일 정도다. 지역의 교장선생님들은 이른 새벽 초초한 눈으로 날씨를 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오늘 수업 없음"(school closed) 결정을 말이다. 학부형들은 이른 새벽에 로컬 TV 뉴스를 본다. 화면 자막에 "수업 없는 학교들"의 명단이 알파벳 순서로 계속 돌아간다. 물론 어린 애들은 전날 밤에 침대에 들어가면서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내일은 스노우 데이(snow day)가 되게 해주세요. 제발!"이라고. "스노우데이"(snow day)란 폭설로 인해 휴교하는 날이다.

지역교회의 목사들 역시 토요일 저녁 늦게 결정을 내린다. 의사 결정이 복잡하지 않다(뭔 당회까지?). 거의 상식 수준이다. 기상 캐스터들의 날씨 예보를 신뢰한다. 또한 얼어붙는 비(freezing rain)가 내렸거나, 날씨가 사나워 눈폭풍이나 눈보라가 심하게 불면 교회 예배는 자연히 취소된다. 예배 취소 때문에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또 그런 문제로 침을 튀어가며 신학적 선언문을 내거나 누군가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런 문제는 고도의 신학적 해석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에 바탕을 둔 판단력에 따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인들의 안전이 우선시 된다. 다 살자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폭설과 얼음판 도로, 앞이 안보일 정도의 세찬 눈보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예배를 드리는 교회는 역시 한국 이민교회들이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수십 년 전에는 대부분의 한인 교회들이 그러했다. 그들에게 예배를 취소한다는 것은 불경한 태도이고, 믿음이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한번은 우리 집 사람이 주일 아침에 정말 무시무시한 눈보라를 헤치고 차를 몰고 교회로 가다가 너무 무섭고 앞이 안보여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일이 있었다. 그 후 어떤 교인이 농담 삼아, "사모님, 그러면 가시지 말았어야죠! 가시다가 큰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 순교가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우리 집 사람 왈, "그건 순교가 아니라 개죽음이죠!"라고 한바탕 웃었던 일이 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예배를 드려야 하니마니 하며 온갖 주장들로 온라인을 달군다. 예배신학을 불러내기도 하고, 신학적 입장을 천명하기도 하고, 서로 옳거니 틀리거니 하면 신학적 펀치를 주고받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제 기독교인을 알곡과 죽정이로 나누는 잣대로 임명되었단 말인가? 이럴 때 일수록 보편타당한 상식선에서 생각해 봐야하지 않겠나? 성경구절을 인용하지 않아도 신중하게 상식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교인들의 안전과 안녕을 고려하고, 정부(질본)가 제시하는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시민성을 회복해야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무례한 기독교인들로, 광훈이 같은 원리주의자로 일반 사회인들의 지탄이 되어야 할까? 심오한 신학보다 건전한 상식이 더 필요한 시대인 듯 하다.

※ 이 글은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