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캐서린 캘러는 미혹의 시대 지헤를 찾으며 신간 『길 위의 신학』(박일준 옮김, 동연)을 펴냈다. 이 책에서 캘러는 이원화된 두 목소리(진보와 보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진영논리를 수용하지 않고 탐구와 성찰이라는 제3의 길을 열어 보인다.
오늘날 한국사회에 질퍽하게 자리잡은 진영논리는 신앙화/신학화를 넘어서 우상화 되기까지 하면서 '다름'에 대한 무수한 억압의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각자의 '진영'에 기초한 '같음'에 다른 의견을 내는 이들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 아니 조장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진영논리의 중심에 똬리를 틀고 있는 원시적인 폭력적 희생제의라는 유사 종교성은 "사회 전체가 안고 있던 문제에 대한 대안의 성찰보다는 이 잘못을 저지른 원흉의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게 전가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일"에 몰두하도록 한다.
캘러는 오랫동안 신앙과 충돌해온 궁금증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택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신앙과 신학에 도전으로 보였던 "질문"들에 대해 묻고 매우 흥미로운 시각으로 독자들을 이끌어 나간다. 그는 美 기독교계에 만연한 고질적 병폐인 진보/보수, 창조/진화, 아가페/에로스 등 여러 신학적 이분법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신학적 대안을 창출할 수 있다고 통찰했다.
자신만의 신학을 '절대적 진리'로 고집하며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는 신학적 보수는 역설적이게도 그 어떤 다른 이의 진리 주장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흥미롭게도 자신의 욕망을 차이와 다양성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려는 세속적 방탕주의와 묘하게 닮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종교적 절대주의와 세속적 방탕주의는 마치 서로를 적으로 삼다가도 필요로 하는 애증의 커플처럼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진리에 이르는 길은 "늘 비판과 성찰의 작업을 통해 찾아져야 한다"면서 "지적 성찰이란 오로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작업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시대의 아픔과 고민과 절망에 '함께 고난당하는 열정'을 가지고 사랑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지적 성찰은 메마른 추상의 공허한 탁상공론에 그칠 뿐 아니라 나아가 진리로 나아가는 길을 차단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 성찰을 거쳐 이 책은 독자들에게 종교적 절대주의와 세속적 방탕주의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을 함께 걷자고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19 바리러스 확산 과정에서 신천지 등 사이비 집단의 종교적 절대주의 도착의 무서움을 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에 귀중한 통찰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동시에 신천지 사태를 빌미로 차이와 다양성을 자기의 욕망에 따라 절대적으로 해석하는 세속적 방탕주의도 돌아보게 해주고 있다. 실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점점 더 종교혐오증이 증가해 가고 있다. 사회의 모든 잘못과 오류와 착오를 일부 사이비 혹은 유사종교 집단의 잘못으로 단정하고 나아가 이를 일반화시켜 모든 종교나 진리에 투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