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건부 종교집회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지사는 앞서 '종교집회 전면제한 긴급명령'을 검토했다가 이를 다소 완화시켜 "다음주부터 감염예방조치 없이 집단종교행사를 하는 개별 종교단체에 한하여 '감염예방조치 없는 집회 제한' 행정명령을 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지사는 "감염위험으로 인해 집단종교행사 전면금지 행정명령을 검토하였으나 도민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고, 오늘 교회지도자들과 논의한 결과"라며 이 같이 전했다.
그는 "교회를 포함한 많은 종교단체와 종교지도자들 및 종교인의 노력으로 방역필요에 따른 집합종교행사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여러 사정으로 집합행사를 하는 종교단체들이 있다"며 "집회금지 검토는 감염 예방을 위한 것일 뿐이고, 종교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므로, 감염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수반한다면 종교행사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오늘 함께 한 교회 지도자들께서는 대다수 교회가 가정예배나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고, 집합예배를 하는 경우에도 감염예방을 위해 출입 성도들의 발열체크, 손소독, 마스크착용, 2미터 이상의 이격거리 유지, 시설소독 등의 감염예방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며 "이러한 조치조차 못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고, 감염예방조치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소독 등 행정지원을 요청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집단종교행사 전면금지는 시행하지 않는다"며 "종교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집단종교행사시 위의 감염예방조치를 이행하도록 노력하고, 경기도는 이번 주말까지 실태파악 후 다음주부터 위의 감염예방조치 없이 집단종교행사를 하는 개별 종교단체에 한하여 '감염예방조치 없는 집회 제한' 행정명령을 한다"고 했다.
아울러 "경기도는 소독 등 개별 종교단체들의 감염예방조치를 지원한다"며 "교계 지도자들께서는 행정관청이 감염예방조치에 필요한 지원을 할 경우 개별 교회들이 감염예방조치를 잘 이행할 것으로 확신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감염예방조치 조건부 집회제한' 행정명령을 양해해 주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처럼 한국 기독교 역사상 예배와 관련하여 행정명령을 받아본 일이 없다는 점에 적극 공감하며, 가급적 모든 종교단체들이 자율적으로 감염예방 조치를 이행하여 행정명령을 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 주시기 바란다"며 "최악을 대비해야 하는 행정기관의 입장을 이해하여 주시고 어려운 도정에 지혜로운 조언을 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종교집회 전면제한 긴급명령' 검토를 시사한 이 지사를 둘러싸고 보수 교계는 물론이고 진보 지식인들 조차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 지사, 포퓰리즘도 적당히 좀 하자. 강제조치는 교회의 반발을 불러 외려 역효과만 낼 것"이라며 "기독교의 대다수의 교회가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그건 우리가 평가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비록 일부라도 교회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 괜히 자발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보려던 교회들까지도 반발하여 오프라인 예배로 전환하겠다고 할까 봐 겁난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다. 신앙의 자유는 대통령도 못 건드리는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