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유동하는 공포 시대의 교회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

corona
(Photo : ⓒWHO)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풍경을 철저하게 바꿔놓았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풍경을 철저하게 바꿔놓았다. 거리를 걷는 이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가급적이면 타인들과의 접촉을 삼가려 노력한다. 유동하는 공포가 스멀스멀 우리 사이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을 뿐 낯선 이들을 잠재적 감염원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악수도 포옹도 다 꺼린다. 세상에서 가장 미세한 것이 만물의 영장임을 자부하는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구화와 기후변화는 바이러스의 여권'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이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세상이 하나임을 이토록 절감하는 때는 없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질병이 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이비 종교 집단인 신천지의 밀교적 예배 형태와 비밀주의가 바이러스의 주된 감염 통로가 되었다. 당분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을 삼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운동 경기나 대규모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많은 교회들이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했다. 교회는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영상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늘어났다.

위기가 닥쳐올수록 누가 참 사람인가가 드러난다. 자기 보존을 위해 몸을 웅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이들도 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호소에 응답한 의료인들, 자원봉사자들, 고립되어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무엇이 진정으로 거룩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예표들이다. 어떤 종교에 소속되어 있느냐보다 그가 삶으로 구현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가 그의 존재를 드러내는 징표 아니던가.

영연방 최고 랍비인 조너선 색스는 <사회의 재창조>라는 책에서 '선택된 민족'과 '지배자 민족'을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선택된 민족이 과업에 의해 규정된다면 지배자 민족은 타고난 우월의식에 의해 규정"된다. 이것을 우리에게 적용해볼 수 있겠다. 믿는 이들은 하나님의 꿈에 동참하도록 부름 받은 사람들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쓸 때 우리는 그분에게 속해 있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꿈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자기 좋을 대로 살 수 없다. 사는 동안 몸과 마음에 스며든 욕망의 인력을 떨쳐버릴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부름 받음을 특권으로 치환하는 꼼수를 부린다. 선택된 민족이 지배자 민족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타락이다. 조너선 색스는 이 둘 사이의 차이를 명증하게 요약한다.

"지배자 민족은 패배를 수모로 여기나 선택된 민족은 회개의 기회로 삼는다. 지배자 민족은 승리를 기념하는 건축물이나 기념비를 세운다. 선택된 민족은 반대로 패배와 결점을 기록한다. 되풀이되는 실패와 퇴보, 직무유기에 관한 이야기인 구약성경 이상으로 자기비판적인 문학은 어디에도 없다."

기독교는 그 동안 일반 사회로부터 '지배자 민족' 행세를 한다고 비판받아왔다.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옥죄는 이 시대는 우리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 이 글은 청파김리교회 홈페이지의 칼럼란에 게재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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