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천지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문제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kangnam
(Photo : ⓒ오강남 교수 페이스북)
▲오강남 교수

요즘 신천지 사태를 보면서 몇 달 전에 이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서 그 글의 일부를 퍼오고 한 가지를 덧붙입니다. 신천지를 보면서 주류 기독교도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찰스 킴볼 교수가 쓴 책으로 <종교가 사악해질 때>라는 것이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종교가 사람을 구원할 수 있기도 하지만, 어느 종교든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증상을 보일 때는 사람을 망치는 사악한 괴물로 둔갑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그 다섯 가지란

1) 자기들의 종교만 절대적인 종교라고 주장할 때,
2)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할 때,
3) "이상적인" 시간을 정해놓을 때,
4)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할 때,
5) 신의 이름으로 성전(聖戰)을 선포할 때.

가만히 우리 주위에 있는 이른바 주류 종교를 살펴보라. 자기 종교만 진리이고 남의 종교는 모두 거짓이라 주장하는 종교,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와 이해 대신 자기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이라면 덮어놓고 믿으라고 강요하는 종교, 세상 종말이 임박했다고 겁박하면서 재산을 모두 헌납하고 자기들을 따르라고 종용하는 종교,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정당한 일이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성취하라는 종교, 세상을 선한 신과 마귀의 대결로 보고 마귀의 세력과는 끝까지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부추기는 종교.

이런 태도가 요즘 물의를 일으키는 어느 한 집단만의 일일까?

대략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종교를 일반적으로 '근본주의 종교'라 한다.

"근본주의 그룹은 실제로 살인을 하지 않고, 실제로 누군가를 치지도 않지만 그 자체로 폭력이다." "근본주의자가 가진 정신적 구조는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폭력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다. 특히 한국 기독교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덧붙이는 말: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렇게 종교가 사악해지는 요인과 종교가 성장하는 요인이 서로 겹친다는 점이다. Bruce Bawer 등 몇몇 종교 사회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교단이 성장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열거한다.

1) 교리의 절대화
2) 획일적인 행동 강령
3) 무조건적인 순종
4) 철통같은 소속감
5) 열렬한 전도열

이런 식으로 해서 성장한 종교가 우리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면에서는 그들이 그렇게 증오하는 공산주의보다 더 억압적이 아닌가?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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