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 종단으로 커진 신천지, 결국 모래성이었나?

TV리뷰] 두 번에 걸쳐 신천지 종단 해부한 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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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MBC )
MBC ‘PD수첩’은 두 번에 걸쳐 신천지 종단을 집중 해부한다.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아래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코로나19 시국에서 가장 핫한 뉴스 아이템이다.

MBC '스트레이트',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각 방송사 간판 탐사 보도 프로그램은 신천지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 경로를 추적했다.

MBC 'PD수첩'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PD수첩'은 11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이른바 '모략전도'라고 하는 전도방식, 유관단체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와의 관계 등 '신천지' 종단 자체에 주목했다.

이미 'PD수첩'은 2017년 한 차례 신천지를 다룬 적이 있었다. 당시 신천지 교세는 4만이었고, 성장 일로에 있었다.

이만희 총회장에게도 시선이 쏠렸다. 지금 신천지는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일등공신은 코로나19다. 신천지 대구 다대오지파 교회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예기치 않게 신천지 종단의 존재마저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사실 신천지는 개신교계 내부에선 큰 논란거리였다. 무엇보다 존재를 숨기는 전도방식, 그리고 14만 4천 명만 구원 받는다는 조건부 구원론은 기성 개신교 교회 안에선 이단적인 교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신천지는 가출, 이혼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2017년 'PD수첩'도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19는 신천지 교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 신천지 교회는 밀집대형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여는데, 이런 집회 방식이 코로나19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주 원인이라는 전 신천지 신도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잇따르는 중이다. 신천지와 우한 교회와의 관련성도 홍콩계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다. 대구 한마음아파트 입주민 4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아파트 전체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입주민 상당수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대구시 발표가 나왔다.

신천지는 가족이 신천지 성도의 신앙활동을 반대할 경우 가출하라고 부추겼고, 가출자를 원룸이나 아파트 등에 집단 거주시켰다. 대구 한마음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상당수가 신천지 교인임이 확인되면서 이 아파트가 신천지 집단 거주시설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PD수첩'은 두 차례의 보도를 통해 사뭇 이해할 수 없는 전도 방식과 가출 등 반사회적 행위를 조장함에도 교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파헤친다.

모략전도가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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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MBC )
밀집대형을 방불케 하는 신천지 집회방식이 코로나19 확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잇다르는 중이다.

'PD수첩'이 신천지 교세 확장의 중요한 비결(?)로 든 게 모략전도다. 모략전도란 신천지임을 숨기고 전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신천지 성도 여럿이 전도 대상자를 물색하고, 이 대상자를 향해 말 그대로 ‘모략'을 꾸민다는 말이다. 신천지 성도들은 역할극까지 준비한다니, 그 치밀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신천지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전 신천지 교인 윤희석 씨(가명)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신천지의 사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모략전도만으로 신천지 교세 확장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신천지는 기성 개신교 교회가 채워주지 못하는 신앙적 갈망, 교회에서 자주 쓰는 용어로 말하면 ‘영적 갈급함'을 채워주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20대는 인생에서 가장 불안한 시기다. 그런 20대에게 신천지의 조건부 구원론은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신천지가 말하는 조건부 구원론이란 이만희 총회장이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후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대언자가 됐고, 신천지에 들어와 이 총회장의 가르침대로 살면 영생불사하는 14만 4천 명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면 14만 4천 명의 선택받은 존재가 온 세상을 다스릴 것이란 말이다.

이런 조건부 구원론에 빠지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신천지 교인이었던 서민준 현 구리이단상담소 간사는 'PD수첩'에 이렇게 말했다.

"여성 신도들 같은 경우에는 ‘배우 박서준을 내 나라에 흰무리(백성)로 영입할 것이다. 배우 박보검을 내 나라의 백성으로 영입할 것이다' (14만 4천 명 안에 들면) ‘제사장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있으면 안 됩니다'하면서 궁궐 같은 집도 알아서 제공을 해줄 것이고 고급 외제차라든가 아니면 리무진 같은 것을 거기서 다 알아서 지원을 해줄 것이고..."

이 같은 교리는 주거난·취업난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20대에겐 매력적인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사회와 가족, 교회가 20대들에게 주지 못했던 것들을 신천지가 채워준 거다. 예컨대 끈끈한 인간관계나 자기 효능감과 같은 것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집단 최면에 스스로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신천지는 한국 기성 개신교 교회의 맹점을 잘 공략했고, 이 같은 전략은 일정 수준 효과를 거뒀다. 2017년 4만에 불과하던 신천지 교세가 2020년 20만을 훌쩍 넘긴 거대종교로 성장한 건 이런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신천지의 전도방식은 납득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사법부는 중요한 판단을 내렸고 'PD수첩'은 이를 공개했다. 1월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전 신천지 교인 송희연 씨(가명)가 신천지를 상대로 낸 청춘반환소송에서 이렇게 판결했다.

"선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라 할지라도 헌법질서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규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전도 대상자가 정당한 결정을 내릴 기회를 막고 신천지 예수교회 소속이란 것을 은닉한 채 신도가 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는 헌법에서 보호하는 종교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고 사기범행의 기망이나 협박행위와도 유사하여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즉 선교는 법의 테두리에 이뤄져야 하며, 신천지임을 숨긴 전도행태는 사기나 협박과 비슷한 위법행위라는 판단이다.

이미 일찍부터 기성 개신교 교회는 신천지의 이단성을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신천지는 세를 확장해 나갔고, HWPL 등 유관단체를 통해 세를 불리는 중이다.

신천지의 집회 방식과 집단거주 시설은 이미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지목 받았다. 신천지에 공분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그러나 신천지란 종단이 지닌 기본적인 문제, 조건부 구원론이나 모략전도 방식, 유사단체를 내세운 신분세탁 등은 비단 종단 자체의 문제로 볼 수만은 없다. 이미 사법부는 모략전도 방식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MBC '뉴스데스크'는 17일 신천지가 교회 건축 과정에서 수십억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신천지 종단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지금까지 드러난 신천지 종단의 실체는 정상적인 종교 집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신천지를 그대로 두면,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구원사회의 집단지성이 작동해 신천지의 설 자리를 없앴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 기성 개신교 교회가 신천지 성장의 숙주 구실을 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개신교 교회의 책임이 무겁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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