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 및 전국 226개 기독교 연합이 20일 '정치 쇼하지 말고 방역에 전념하라'는 제목으로 낸 입장문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실상 '교회 예배금지 행정명령'에 대해 "이재명 도지사는 사과하고 철회하라! 그렇지 않으면 도지사의 독직 행위와 위헌, 위법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먼저 "우리 정부는 우한 폐렴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불행과 절망을 선물로 안겼다. 중국인 입국을 처음부터 막지 않은 정부의 실책이 원인임에도, 이 엄중하고 비참해지는 사태의 책임을 신천지로 돌리고 있다"며 "국가 기능이 마비 상태인 이탈리아, 이란에는 신천지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독교계는 이단인 신천지의 행위를 용서하지 못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신천지를 희생양 삼더니, 이제는 한국교회가 폐렴 전파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압박하는 태도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를 일개 도지사가, 그것도 범죄 혐의로 재판 중에 있는 자가 교회를 강제하겠다는 발상에 분노한다"며 "유독 교회 예배를 금지하려는 시도는 교회를 쉽게 봤던 헤롯 왕의 태도가 아닌가(행 12장)? 교회를 박해하니 사람들이 좋아하던가? 이재명 도지사가 헤롯의 길을 가겠다면 돕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것이 위험하다면, 먼저 클럽과 극장 등을 폐쇄하고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중단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이재명 도지사의 행사는 행정이라기보다 초헌법적이고,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정치하지 말고 방역하라'는 진중권 전 교수의 말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혜의강교회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발동된 경기도의 행정명령은 수도권의 방역을 통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데 상당수 교회들이 공감하고 있어 이번 226개 기독교 연합 단체의 입장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사실상 '현장 주일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감염예방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공예배를 고수하라고 독려한 보수 개신교단을 대표하는 예장통합 김태영 총회장은 태도를 달리해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6.25 전쟁 때도 예배를 드렸다는 식으로 이웃을 무시한 예배 강행을 한다면 코로나19 종결 후 교회는 고립무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진보 개신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19일 육순종 총회장 이름으로 낸 목회서신에서 "주일예배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각급 학교 개학 때까지, 가정예배나 온라인 영상예배로 드려주시기 바란다"며 "예배 재개 여부와 시점은 개교회의 자율적 결정에 달려 있다. 지역사회와 깊이 소통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멈추어 선 시간, 각자의 삶의 자리가 예배의 자리임을 확인하며,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잉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이에 서울 수도권의 대형교회를 위시해 전국적으로 이미 상당수 교회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자진해서 오프라인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으며 몇몇 개신교 교단들은 현장예배를 드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교회를 지원하는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226개 기독 연합 단체들의 입장은 이 같은 주류 교회의 움직임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