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홍정수칼럼] “5병2어”

목회 이야기 ⑤

제2의 삶을 사는 이민자들, 우리들은 곧잘 자신을 숨기며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 땅에서, 새로운 신분으로, “거듭난 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민 초기의 생활에 대하여는 말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알고자 해서도 안 됩니다. 처음에는 이 걸 잘 몰라 실수 많이 했습니다.

어느 최 씨 집안, 지금은 아주 잘 사는, 성공한 대가족을 이루게 되었지만, 그들을 낯선 땅으로 불러들인 최초의 할머니는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합니다. 그 할머니는 어느 미국 병사의 부인이었던 거지요. 그 후손들은 나는 유학생으로 왔다 .... 나는 사업차 왔다 ... 나는 자녀 교육 때문에 왔다 ... 하지만, 남들은 속일 수 있어도, 가족들끼리는 속일 수가 없지요. 그래서 그 친구는 “목사님, 일년에 한 차례씩 우리는 가족 비극을 경험합니다!” 하더군요.

그 후 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연습하자 하여, 교회 안에서부터 그것을 시작하였습니다. 매월 한 차례씩, 생일을 맞는 교인들이 생일 파티를 “당합니다”(작은 단위의 모임). 자신의 이름 석자, 여성인 경우에는 반드시 처녀 적 이름, 자신이 살아온 여정 중 잊을 수 없는 3 도시(사건, 책, 영화, 가치 등등 ... 구체적 질문들은 해마다 바뀝니다). 5분을 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제가 이런 프로그램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물론, 성장파 신학교에서 배운 교훈도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친구가 된다”는 생활 속의 진실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민자들의 생활 속에서는 특별히 좋았습니다. 한 자라에서 예배  드린다고 서로 잘 아는 것은 아니더군요. 속을 털어놓아야 친해지지요. 생일을 당하면, 남들 앞에서 자신을 말하기 위하여 인생을 정리해 보게 되고, 남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쳐지기를 바랄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귀한 시간이 됩니다.

지난 주일, 한 중년 여성, 유학생 부인, 생일 파티를 당하여, 간증을 했습니다. “저는 기적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하니, 되더라구요. 5병2어의 기적! 가진 게 많은 사람들만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나 하나 먹을 분량밖에 안 되는 작은 먹거리를, 할 수만 있으면 많은 이웃들과 함께 나눠먹자고 다짐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니, 되더군요!” 유학생 생활 조금만 더 하면, 생일 당하여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기네가 식탁에 초대한 나그네들이 거의 5천명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 덕에 많은 것을 서로 배우게 되었고, 자녀들도 잘 성장해 주었답니다.

간증을 들은 지 며칠 지났는데도, 아직 귓가에 생생합니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저는 기적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탐욕의 시대, 예수 복음과 자본주의 마술을 혼동하고 있는 오늘, 그녀의 간증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인타운 옆 동네가 유대인 타운이라, 유대인들의 책, 관습에도 자연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들이 해마다 유월절 파티를 할 때면, “나그네 대접”하기를 거룩한 의식으로 반복하는 가정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우리의 넉넉한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의식이 아닙니다. 이웃 사랑을 연습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먹거리, 아무리 적은 것이라도 나눠야 한다; 나눌 수 있다. 그것을 반복하여 확인하는 것으로, 제 눈에는 비쳐집니다.

지금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즐기고 있는 한끼 분의 음식이 지나치게 열량 과다하여, 미국 망국병 제1이 단연 비만이라 합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미국의 식당가들 음식들의 1/3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런 상화이라, 미국 가롤릭은 “비만은 곧 죄입니다”라고 가르치고 있답니다.

어떤 기적을 경험하고 있나요? 탐욕과 풍요의 기적? 아니면 절제 속의 풍요, 빈곤 속의 나눔, 곧 5병2어의 기적인가요?

 

(LA 한아름 교회 홍정수 목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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