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에서 컷오프 당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이 주도하는 기독자유통일당을 택했던 이은재 의원이 이 당에서도 컷오프됐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종교 때문이다.
이 의원은 불자로 알려져 있었다. <불교방송> 등에 출연해 의정활동에서도 템플스테이(산사체험)나 사찰음식 홍보 등에 적극 나섰다고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기독자유통일당에 입당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이력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기독자유통일당 쪽에서 해명에 나섰다.
이 당 이애란 대변인은 25일 "이 의원이 지난 24년간 서초동에 위치한 ‘성은감리교회'에서 집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저희들이 서초동에 있는 해당 교회 김 아무개 담임목사에게 직접 확인했다"며 "우리 당은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절대적인 공천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회 측의 입장은 다소 미묘하다. 직접 문의한 결과 "이 의원은 2016년 1월 등록했지만, 이전부터 다녔다. 이곳 신도들은 처음 교회 왔을 때부터 등록하기 보다는 몇 년 다니다가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정확히 언제부터 다녔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집사 직분은 등록교인이고 세례를 받은 성도에게 준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기독자유통일당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 와중에 이 의원이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는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사진 속 이 의원은 서울대교구 도곡동 성당에서 '엘리사벳'이란 세례명을 받았다.
우리 정치판(?)에서 정치인의 종교는 흔히 '기불릭'으로 통한다. '기불릭'이란 기독교(개신교), 불교, 가톨릭을 합친 말로, 정치인은 종교에 두루 연을 두고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정치인이 특정 종단에 편향되어서는 안된다는 경고 메시지도 섞여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의원은 '기불릭'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저격수로 활동하며 갖가지 논란을 자주 일으켰다. 이 의원이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기독자유통일당을 선택한 점도 전 목사와 이념적 스펙트럼이 일치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 의원 스스로 입당의 변에서 "10월 광화문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봤다. 반조국 투쟁, 반문재인 투쟁 선봉에 자유우파가 정치 주체로 나서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치는 종교와 자주 엮였다. 그럼에도 이 의원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특정 정치인의 이념적 성향이 종교적 교의와 충돌한 아주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기독자유통일당이 이 의원을 컷오프한 배경으로 이중종교 논란이 거론된다. 이걸고 종교편향이라고 봐야할지, 아니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해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실로 우스우면서 서글픈 풍경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