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설교]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담임)

출애굽기 13장 17-22절, 시편 81편 8-16절, 로마서 10장 1-4절

[병든 세상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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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요즘 수요사경회에서는 예수님께서 악하고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고,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고치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가 전염병으로 발칵 뒤집힌 것처럼, 인류는 오랜 세월 질병과 싸워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실 때에는 의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세균의 존재도 몰랐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병으로 고통 받고 죽어갔습니다. 고대 인류의 평균 수명이 서른 살을 넘지 못했던 이유도 각종 질병에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노출되었고 유아사망율 또한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대 사회에서 질병은 단순히 오늘날 말하는 병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대 고대 사회에서 환자는 삼중의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는 질병 그 자체로부터 오는 신체적 아픔입니다. 병이 들면 몸을 가눌 수도 없고, 입맛도 없고, 여기저기가 아픕니다. 두 번째는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옛 사람들은 병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사회적 편견으로 병든 이들을 소외시켰습니다. 오늘날도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돌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치매가 걸린 분들은 대체로 요양병원에 가게 됩니다. 고대에도 축귀행위를 하는 샤먼도 있고, 의사도 있었지만, 오늘날의 병원과 같은 체계적인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각종 환자들은 그냥 집에 방치하거나 마을 밖으로 추방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에 코로나 19 대란 속에서 스페인의 양로원들의 노인들이 버려진 채 사망하는 일이 일어난 것처럼 고대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1세기 유대 사회에서는 이런 고통에 한 가지 더 큰 고통이 추가 됩니다. 바로 종교 문화적 편견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질병을 하나님께 죄를 지어 받은 벌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구약성서 곳곳에는 죄와 질병을 연결하는 구절들이 가득합니다. 오늘날도 뜻하지 않은 고난이 닥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내가 뭔 잘못을 해서 이런 고난이 내게 오는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유대 고대 사회는 노골적으로 죄 때문에 고난이 닥친 것이라 말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도 이런 전 근대적 습관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목회자들의 설교 속 잘못된 언어들이 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바로 하나님이 내리신 심판이다', '공산주의자인 시진핑과 현 정부가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교회 예배에 나오지 않는 성도는 지하철도 타지 말고 마트에도 가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다윗왕 같지 않아서 코로나가 창궐한 것이다', '현 정권이 코로나 핑계로 교회 정체성을 흩으려 한다', '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은 666의 낮은 단계다'라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말들이 난무합니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정치 프레임을 뒤집어씌우거나, 시절 지난 교리를 옹호하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고, 교인들이 깨어 있지 않으면 이런 말들에 속아 넘어가 결국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갑자가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호주에서는 워킹 홀리데이로 갔던 한국 청년이 폭행까지 당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집 안에 주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코로나 우울증'이라는 말까지 회자됩니다. 목회마당에도 썼지만 히브리대학 유발 하라리 교수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전체주의적 감시체제가 심화되고 개인의 사생활이 공권력에 의해 침해당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단순히 확진자의 신체적 고통에 멈추지 않고, 경제에 큰 타격을 주며, 우리들의 삶 자체를 뒤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질병이란 단순히 육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데, 지난 주 우리사회는 충격적인 뉴스를 들어야 했습니다. SNS를 통해 청소년들과 여성들을 성 노예로 삼고 착취하는 동영상을 운영하는 실태가 드러났고, 그 중 한명의 운영자가 체포되었습니다. 내용을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악질적인 범죄행위였고, 여기에 가담한 몇 십만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그런 방들을 운영한 사람들 중에는 청소년도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범죄는 돈에 눈이 멀거나 나쁜 마음을 먹은 범죄자와 그 범인이 범죄를 벌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생겨납니다. 저는 N번방 사건을 보면서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이런 범죄가 가능한 사회가 되었나'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조주빈이라고 하는 사람,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한 개인을 악마로 몰아버리고 그를 처단하는 것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SNS 상에서 반복되는 이런 음란물의 유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다 더 근원적인 원인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를 넘나들면서 온갖 성인 영상물과 폭력적인 화면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생활양식,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의 문화가 우위를 점하는 것, 돈이 최고라는 생각, 경쟁에 물들어 남의 고통에는 무감한 사회, 참된 인성과 도덕성을 기르기보다는 좀 더 안락하고 떵떵거리며 사는 것을 꿈꾸며 아이들을 공부기계로 닦달했던 기성세대의 욕망이 이런 범죄가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코로나 퇴치에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어서 전 세계가 칭찬을 받고, 새롭게 재편 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어둔 그늘이 만천하에 드러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든 세상을 보며 지금 여기에서 과연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가르침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요?

[광야로 돌아가는 길]

오늘 출애굽기의 말씀은 히브리 백성들이 400년 넘는 종살이를 끝장내고 자유를 얻어 하나님께서 약속한 땅으로 가기 시작하는 첫 장면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들을 바로 가나안으로 갈 수 있는 빠른 길이 아닌 광야를 통과해서 빙 돌아가는 먼 길로 가게 하십니다. '이 백성이 전쟁을 하게 되면 마음을 바꾸어서 이집트로 되돌아가지나 않을까 하고 염려하셨기 때문'이라고 성경은 이유를 말합니다.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사는 것은 엄청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자유를 지니고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자유로운 행위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유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성경이 말한 대로 전쟁이라도 나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를 이겨내어야 하고, 극도의 혼란을 견뎌야 하는데, 그런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 공포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누군가 대신 결정해 주고 거기에 따르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종의 삶을 추구하고 이제 자발적 노예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유를 누리는 삶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그리스도교가 추구하는 사랑하는 자유를 누리고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세상은 힘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고, 지배하는 힘으로 자신의 자유를 행사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백성들을 광야로 보내시고 거기에서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만들어 갈 공동체,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는 공동체를 세울 준비를 하게 하십니다. 40년은 충분한 시간이라는 의미도 있고, 한 세대가 지나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갈 때 과거의 습관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전 것은 과감하게 떨쳐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변화에 맞게 자신의 삶을 바꾸려면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어떤 가치를 붙잡을 것인가,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서 그 동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잘 살아 보세"를 외치며 경제적 번영과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국내총생산으로 따지면 세계 10위를 넘나드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서구 유럽의 나라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요. 그들은 선진국, 우리는 개발도상국이었습니다. 일본의 시민의식을 말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대한민국은 옛날의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더더욱 정신적 가치를 향해 나갈 때가 되었습니다. 촛불 시민들의 혁명으로 무능하고 부도덕한 대통령을 탄핵시킨 민주화의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윤리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잘 만들어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멈추어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멈추고 돌아보니 보이는 것들]

제가 오늘 설교 제목을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으로 잡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잠시 멈춰버렸습니다. 동선을 최소화하면서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모든 정부가 국민들에게 권고하고 심지어 강제하기까지 합니다. 전염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모든 시민이 스스로 그런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 멈추어서 무엇을 할까요?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냥 쉬는 것도 매우 좋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일과 스트레스로 망가진 몸과 정신을 추스르는 거지요.

저는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우리들의 삶 전체를 되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의 삶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정말 순진무구한 청년으로 자라나서 세상 물정 모르는 숙맥이었는데, 어느 날 세상이 엄청 넓고, 산다는 것이 만만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인생을 압축해서 산다는 마음으로 일분일초를 아끼며 살아왔습니다. 세상이 제공하는 정보를 습득하고, 삶의 기술을 익히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왔고, 우리 생명사랑 공동체와 함께 한 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19로 이전보다 모임과 활동이 많이 줄었고, 집에도 일찍 들어가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서 차분히 저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큰 틀에서 보니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선택들도 있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했던 일들도 떠올랐습니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속도에만 편승하며 살아 왔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파도 일하고, 아파도 학교 가고, 아파도 견디며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프면 쉬라고 합니다. 아픈 데도 무리하게 일하는 미련한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쉴 때 자연이 살아 돌아온다는 것을, 멈춰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코로나가 알려 줍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종교를 가리지 않고 국경을 넘어 무차별적으로 침투하지만, 가만히 둘러보면 더더욱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소보다 30% 정도나 배송물량이 늘어나 새벽에 쉬지도 못하고 뛰어다녀야만 했던 배송기사가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결국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약 7000명에 달하는 쿠팡맨들 중 80%가 입사 2년 미만 계약직입니다. 코로나로 심야배송 알바에 뛰어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배송단가도 떨어지면서 사람들은 너무나도 고된 노동에 온 삶을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신과 환자 103명 중 101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청도대남병원의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던 간병인 한 분은 환자와 자기가 감염된 사실도 모른 채 간병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이가 어떤 돌봄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콜센타 직원들의 열악한 직장 환경이 드러났는데, 구로 콜센타의 경우 그곳 직원들은 전부 에이스손해보험의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하루에 두 명이상 연차도 쓸 수 없고, 아파도 쉬지도 못하면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대부분 노조도 없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길이 없습니다. 또 미등록 이주자와 난민들은 공적 마스크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고, 무료 급식소와 같은 곳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노숙자는 들어 올 수 없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 보입니다. 코로나는 평등한 것 같지만, 재난은 언제나 불평등한 세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재난의 때에는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나 살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이웃을 돌아보고, 가장 힘든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OK, 당신 먼저'라는 마스크 양보 운동 같은 것도 매우 훌륭한 캠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안팎으로 코로나 19 때문에 생긴 경제적 타격을 어떻게 최소화 할 수 있는지, 공동체로서 함께 도울 일은 없는지 우리가 먼저 살펴야 할 것입니다.

[올바른 지식의 필요성]

코로나 19로 멈추면서 또 알게 된 것은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입니다. 대다수의 인류학자들, 자연과학자들, 의료계 종사자들은 이런 전염병이 앞으로 계속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일상화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류가 가축을 키울 때부터 바이러스는 동물과 사람을 오가며 우리들의 면역력을 시험해 왔습니다. 1940년부터 2004년 사이에 발생한 300건 이상의 전염병 유행 '사건' 가운데 60%가 인수(人獸)공통감염병입니다.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의 72%는 가축이 아니라 야생동물에서 유래하는데, 야생동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생태계의 영역에 속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동안 그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빠른 속도로 파괴했고, 동물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먹이를 구할 수 없는 동물들이 인간과 접촉하게 되는 횟수가 점차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지구는 점점 따듯해져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고, 숲은 사막화 되면서 더 많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가까운 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동물과 병원체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서로 적응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함께 살 수 있지만, 병원체가 인간의 몸에 넘어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대부분 인간의 면역계가 격렬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병원체를 막아내지만, 그 과정에서 병원체는 아주 빠른 속도로 증식하면서 수많은 돌연변이가 일어나 인간의 몸에 침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치사율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라면 인류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됩니다. 앞으로 우리가 생태계 파괴 행위를 근절하지 않는 이상 전염병은 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질환의 대 유행이 세계 각국에서 반복해서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불행은 결국 우리가 자초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우선 순위를 바꾸어야 합니다. 성장, 발전, 효율, 속도에 중독된 상태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무한한 욕망을 추구하면 오히려 더 많은 죽음의 위협에 노출될 것입니다. 유한하지만 아름다운 이 지구별에서 뭇 생명들과 함께 아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빨리 깨닫고 생활양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오늘 시편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저버렸기 때문에 제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고집대로, 인간이 마음대로 내버려 두셔서 오늘 우리들이 이런 환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바울 사도께서 말씀하신대로 자기의 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생각하고, 율법의 완성이신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행해야 합니다. 단단히 마음먹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그 뜻대로 살아야만 모든 생명체가 잘 살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종교적 열성이 있었지만, 올바른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바울 사도는 말합니다. 이번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우리 자신의 신앙도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믿음이 좋아 보여도, 위기가 닥치면 누구나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갈등 상황이 되면 사람들의 속마음과 본 모습이 은연중에 드러나듯, 함께 모여서 예배하지 못하고, 일정한 틀과 반복되는 외부적 강제나 모임이 없을 때에도 신앙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이런 때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저는 우리 생명사랑 가족들이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올곧게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신앙이 올바른 지식에 근거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신천지와 더불어 한국교회가 뭇 여론에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을 올바로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제가 다른 자리에서도 수차례 말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은 무엇인지 묻게 만듭니다. 예배란 무엇이며, 교회는 뭐하는 공동체인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분명한 몇 가지가 드러났습니다. 교회는 빠르게 세상과 올바르게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상식을 획득하고, 세상 문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그들보다 훨씬 더 높은 도덕 수준과 고귀한 가치를 드러내야 합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합니다. 제가 주보에 종종 소개했던 신앙서적들을 읽고 더 진지하게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해서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가 다른 세상 사람들의 모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모일 수 없으니, 인터넷으로라도 다음 카페에 들어오셔서 성서묵상란에 글도 남기고, 혼자라도 꾸준히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교회는 나 중심적 삶에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아로새겨야 합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살아야 하는데, 그럴 때 나만을 위하지 말고 남을 위하여 때로 손해도 볼 줄 아는 넉넉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거듭나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생명사랑 교우 여러분! 스스로 물어 봅시다. 나는 왜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가? 나는 예수님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예수님과 동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무엇이 나를 방해하는가? 이제 잠시 멈추고 돌아보아야 할 시간입니다. 그 깊고 긴 시간을 통하여 자신의 신앙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목사에게 의존하지 말고,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음의 씨앗에 스스로 물을 주고 잘 돌보아 여러분 자신의 신앙을 키워 가십시오. 그래서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예전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뭔가 달라진 모습으로 뵙기를 바랍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우리에게 힘과 지혜를 주십시오. 세계에 몰아닥친 이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잘 견디게 하여 주십시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게 하여 주십시오.

잠깐 멈추어 우리의 삶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탐욕에 눈멀어 주님 허락하신 자연을 너무 함부로 대한 것이 아닌가 반성합니다. 자연에게 함부로 하던 버릇이 사람에게 옮아와서 극악무도한 일들도 벌어지게 된 것을 보게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것을 소중하게 아끼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소서.

재난의 시기에 교회들에게 하시는 주님의 말씀에 경청하게 하여 주소서. 겸손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빛을 내는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소서. 세상과 소통하며 공공의 질서를 함께 만들어가는 감각과 깨달음을 주소서.

어려운 때에 더욱 힘들고 지친 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경제적으로 빈궁한 사람들, 치료와 방역으로 밤낮 수고하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고, 뜨거운 인류애를 느끼고 체험하게 하여 주소서.

함께 모이지 못하여도, 홀로 골방을 찾아 숨어서 보시는 하나님과 깊이 소통하게 하시고, 내면의 풍성함을 되찾게 하여 주소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 생명사랑 가족들이 함께 일구어갈 하나님 나라의 모습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소서.

한 겨울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듯이,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능력으로 코로나 19가 빨리 안정되고, 위축된 우리 삶에도 봄날이 찾아오게 하소서. 죽음의 그늘 골짜기를 지날 때에도 우리와 늘 함께 해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 나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우리 삶을 돌아봅시다. 차분히 살피며 새 길을 열어갑시다. 우리 생명사랑 공동체가 하나 되어 올바르고 튼실한 신앙을 만들어 갑시다.

* 축도

그리스도의 온기가 여러분들을 치유하고, 그리스도의 눈이 여러분들을 응시하며,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에게 언제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사귐이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추구하며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가려는 생명사랑 교우들 위에 지금으로부터 영원토록 함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 이 설교문은 생명사랑교회 한문덕 목사의 3월 29일 주일 설교 원고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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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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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