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위치한 규암성결교회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교회다.
이 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모태인 동양선교회가 1912년 한강 이남에 세운 최초의 교회로 외국 선교사가 아닌, 한국인 신도가 세운 교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전 이 교회는 지역공동체에 뿌리를 내리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나오면서 이 교회는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 교회 성도이자 부부인 A씨와 B씨는 지난 달 2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A씨는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됐음에도 예배에 참석했다. 부여군에 따르면 A씨는 일요일인 3월 2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그리고 오후 6시 40분 부터 8시 10분까지 교회에 머물렀다.
이후 2일 오전 9시 기준 이 교회 성도 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러자 부여군은 1일과 2일 양일간 3월 21일과 22일 사이 예배를 드린 성도 190명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군 보건당국은 "그동안 파견된 역학조사관의 지시에 따라 확진자 구술, CCTV 등으로 확인된 교회 내 밀접접촉자에 한하여 자가격리 조치했으나, 단순 예배참석자 중 6번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확보된 동일시간대 예배참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2일까지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교회는 폐쇄조치 됐다. 예배 참석 성도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실시 중인 2일 오전 교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기자가 찾았을 때, 부여경찰서 정보관이 폐쇄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규암성결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종교 집회 자제를 호소하던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20일 "여전히 예배를 열겠다는 교회가 적지 않아 걱정"이라며 개신교계를 향해 주말 예배를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더구나 충청남도는 대구·경북에 이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곳이다. 이 중에서 충남 부여는 종교 시설인 교회에서 확진자가 잇다르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규암성결교회를 향해 비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감염병 보호도 이웃사랑
이 교회 성도들은 당혹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교회 인근에 사는 80대 주민은 "원래 교회 예배참석 인원은 이전보다 많았는데, 코로나19가 돌면서 많이 줄었다. 나 역시 자녀들이 교회 출석을 만류했었다"며 "교회에서 바자회 행사하면 수익금을 군청에 다 주는 등,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교회 관계자도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그 시점에 예배를 드릴 것인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부여가 청정지역이었던 데다 온라인 예배와 현장 예배를 같이 진행했고, 향후 추이에 따라 예배 진행여부를 결정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회 이아무개 담임목사는 만날 수 없었다. 교회 측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목사님이) 많이 힘들어한다. 지금 교회 안에서 칩거 중"이라고 전했다.
오는 12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이다. 가톨릭·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맞는 부활절 예배에 고민이 깊다. 특히 규암성결교회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교회는 예배 재개 시점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약성서 ‘마가복음' 12장 31절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감염병이 창궐하는 시기, 감염병에서 이웃을 지키려는 실천적 행동이 이웃사랑일 수 있음을 코로나19가 일깨워 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