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회자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기소됐다.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교단 재판에 기소된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자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기도 수원 영광제일교회를 담임하는 이동환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신앙인을 위해 축복기도를 했다. 이러자 이 목사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충청연회 동성애대책위원회'와 '인천 건강한 사회를 위한 목회자 모임'은 이 목사를 관할 연회인 경기연회에 고발했다.
경기연회는 2019년 11월 자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목사에게 유사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와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성경적 입장‘을 정리한 리포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목사는 리포트는 제출했지만 각서는 거부했다. 대신 '각서에 대신하여'란 제하의 문건을 자격심사위에 보냈다.
이후 이 목사는 올해 3월, 6월 두 차례 자격심사위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했다. 하지만 경기연회는 교단법인 '교리와장정' 위반을 이유로 이 목사를 끝내 교단 재판에 기소했다.
감리교 교리와장정 제3조 8항은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직·면직·출교 등의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정직은 목사직무 정지, 면직은 목사직 박탈, 출교는 교회로부터의 추방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24일 오후 기감 교단 본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동화빌딩 앞 광장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책위는 이 목사를 기소한 교단법이 제정 과정에서 목회적 신학적 논의나 합리적 토론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한다는 무리한 법 조항은 이 법이 얼마나 악법인지 보여준다. 국가보안법에나 있는 '동조'가 처벌의 근거가 된다는 통탄할 노릇"이라며 날을 세웠다.
연대발언을 한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조은소리 회장도 동성애 찬성·동조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조은 회장은 "교리와장정의 해당 조항이 성소수자를 위한 기도회에 참여하는 걸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 조항으로 인해 동성애 찬성 동조자로 낙인 찍혀 목회자의 길이 막힐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때 교리와 장정 조항이 개인의 신앙을 가두는지 알게 됐고 개인의 신앙은 물론 교단, 신학교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목격했다. 지금 감신대는 해당 조항 하나로 성소수자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 위원장인 대한성공회 민숙희 사제는 "이웃 교단인 감리교에 성소수자 축복을 마약, 도박과 같은 선상에 놓은 법조항이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사람을 축복하는 게 죄인가? 그것을 죄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정말 죄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이동환 목사는 "하나님의 뜻은 사람을 저주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축복하고 살리는 데 있다. 어떤 이들은 흑백 논리를 앞세워 성소수자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지만 그 어떤 존재도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단언컨데 미움과 차별과 배제는 하나님의 것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 목사는 "감리교 목회자로서 교리와장정을 존중할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 정신에서 어긋나 있는 법은 고쳐져야 한다"며 교리와장정 조항 개정을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보수 개신교 교단이 성소수자에 연대한 목회자, 신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2017년 국내 최대 보수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등 8개 교단은 섬돌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을 지적했다.
이어 또 다른 장로교단인 예장통합 교단에 속한 신학교인 장신대는 2018년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지난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에 대한 연대의미로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예배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이 학생들에게 정학·근신 등의 징계 조치를 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