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별금지법과 교회

채영삼 백석대 교수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교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23개의 차별금지 항목 중에서 다만 '성정체성'에 관련된 차별금지법 시행에 대한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분들이 기울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긍휼과 정의에 대한 관심은 너무도 성경적입니다. 마찬가지로, 보수교회가 나머지 다른 항목에서도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것처럼 포괄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도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차별금지법이 '성정체성'에 대해 이미 최종적 결론을 내리고, 그 기준을 어기는 것을 차별로 규정하며, 그것에 대해 시정 권고 뿐 아니라 민사상 처벌할 수 있는 강제력을 부여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정말 '성정체성'에 관한 문제가, 과학적으로, 성경적으로, 대중의 사회도덕적인 인식에서, 그리고 교육적으로, 최종결론에 도달한, 합의된 사항인가요? 누구에게는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성정체성'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교회적으로 충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그것을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해서 처벌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차별을 낳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폭력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명백히 '성소수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명백히 그 사안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소수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든, 이미 존재하는 둘 다를 부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kidsnd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감 소속 이동환 목사가 교단 재판에 기소되자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24일 오후 기감 본부가 있는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열렸다. 위 사진은 해당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직 논란 중'인 성정체성의 문제를 '교육기관에서 교육'하는 과정에서 공정하게 다루고자 할 때에, 그것이 이미 차별법에 의해 권리로 규정된 경우, 정말 공정하게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성정체성으로 이미 아픔을 겪고 있는 학생을 배려하지 못하는 실수를 하고 싶지도 않지만, 가르쳐야 하는 의무를 가진 선생으로서,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조차 기피하게 되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오히려, '차별행위 비범죄화 추세'(한겨레 7월 2일자)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도 이런 해법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힘들어도, 사회적 합의를 향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취해 온 사회적 태도를 깊이 돌아보고 돌이켜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그들을 진심으로 환대하고 품지 못한 죄악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것부터 회개하지 않은 채로, 우리가 원하는 무엇을 이루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가망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함께 그리스도인 된 형제들로서, 진리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혹은, 혐오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서로를 혐오하게 되거나, 나와 의견이 다른 믿음의 형제자매를 무지하고 무식하다는 식으로 수치와 모욕을 주는 태도를 배워서도 안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형제들이 서로를 증오하게 되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진리를 수호하든, 사회적 평등을 위해 애를 쓰든, 어떤 명분으로든, 주께서 하나 되게 하신 교회적 연합에도 마음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채영삼 백석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