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회칙 '모든 형제자매들(프라텔리 투티·Fratelli Tutti)'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시장자본주의의 실패를 지적했다. 교황이 전세계 가톨릭교회와 신자들에게 보내는 공식적인 편지인 회칙은 오늘날 사회문제와 마주한 신도들이 살아갈 이정표를 제시한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의하면 교황은 총 11개의 챕터로 구성된 새 회칙에서 "시장의 자유가 모든 것을 안전하게 지키기에 충분하다고 믿게 하려 했었던 이들이 있었다"면서 "'스필오버'나 '낙수효과' 같은 마술 이론만이 사회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지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특히 "뜻밖에 터진 팬데믹위기는 정치와 경제제도를 개혁해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저의 믿음을 더욱 강화시켜주었다"고 했다. 교황은 "세계적 보건위기는 마술처럼 여겨졌던 시장자본주의의 실패를 증명했다"며 "모든 것이 시장자유주의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세계화는 우리를 이웃으로 만들긴 하지만, 형제로 만들어주진 않는다"면서 "개인의 이익만 강조하고 공공의 삶을 약화시키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외롭다. 시장에서 우리는 단순히 소비자이거나 구경꾼이 되고 만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치지도자들이 '극단주의'를 정치수단으로 악용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교황은 "건전한 논쟁보다는 과장과 극단주의, 양극화가 정치적 도구가 되었다. 이는 번지르르한 마케팅 기법에 불과하다"며 "정치가 가난한 이들을 더 큰 가난과 절망으로 몰아넣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유한 이들에게는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베풀라"고 권면했고 강대국들을 향해서는 가난한 국가들과 부를 나눠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형제애와 가족애,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삶은 종종 비웃음을 살 때도 있다"며 "선의와 사랑으로 함께 하는 삶, 정의와 연대는 한 번에 성취되지 않는다. 매일 매일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황은 "같은 집을 공유하는 지구의 자식들로서, 동료 여행자로서 모든 형제자매들이 각자의 신념과 목소리를 갖고 꿈꿀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