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시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철거 논란과 관련,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 페트라 보세 후버 에큐메니칼 총괄 감독이 베를린 시장과 미테구청장에게 서한을 보내 소녀상 존치를 촉구했다.
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여성위, 위원장 민숙희 사제)의 연대 서신에 따른 화답으로 이뤄졌다. 여성위는 13일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철거 논란과 관련, 철거명령을 한 미테구의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먼저 여성위는 12일자로 EKD 후버 총괄 감독에게 보낸 서한에서 평화의 소녀상 설치 유지를 위해 함께 협력해줄 것을 호소했다.
여성위는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한국에 설치된 것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여성들을 강제 성노예로 삼은 ‘위안부' 문제를 투쟁하는 것을 상징한다"며 "소녀상은 과거를 기억하고 화해의 길을 여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보호될 수 있도록 귀 교회가 연대 협력해줄 것을 바라며, 10월 14일 이전에 미테구에 긴급하게 편지를 써주실 것"을 요청했다.
후버 감독은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마이클 뮐러 베를린 시장과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후버 감독은 이 서한에서 "독일 개혁교회는 이 동상을 전 세계 많은 분쟁 지역에서 성노예로 희생된 여성들과 이로 인해 여전히 고통당하고 있는 여성들과의 연대와 기억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소녀상은 수많은 인권침해와 더불어 이런 불의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반복되지 않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며 "우리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는 이 소녀상의 중요성을 다시금 기억하며 이 동상을 보존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NCCK 측은 세계교회협의회(WCC)도 이에 대해 곧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NCCK 여성위가 후버 감독에게 보낸 서한, 그리고 후버 감독이 마이클 뮐러 베를린 시장과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에게 보낸 서한 전문을 아래 싣는다.
서한 1]
페트라 보세 후버 감독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인사드립니다.
우리는 반세기가 지나도록 공동의 과제 해결을 위해 연대하고 있는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서 변함없는 기도와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베를린 미테구는 소녀의 평화상을 설치한 지 단 9일 만에 설치 철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공문에 따르면 설치 추진단체인 코리아협의회가 10월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시가 철거한다고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오늘의 편지를 보냅니다. 우리는 미테구가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갑작스럽게 철거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KD가 평화의 소녀상 설치 유지를 위해 함께 협력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미테쿠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한국에 설치된 것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여성들을 강제 성노예로 삼은 ‘위안부' 문제를 투쟁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일본 정부의 강제 성노예 범죄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과 사죄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위안부' 할머니들은 지금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의 폭력에서 살아남은, 그리고 우리의 미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세계 곳곳의 도시에 각기 다른 버전으로 ‘소녀상'을 건립하면서 이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외교부는 세계 곳곳에 세워지는 소녀상 건립을 저지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미 밝혀진 증거를 사실이 아니라 우기고 과거 전쟁범죄의 역사를 숨기기 위해 왜곡하거나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미테구는 동상의 비문이 한일 양국의 복잡한 갈등, 특정 폭력 상황에서 평화를 위한 투쟁이 되어선 안 된다며 철거를 주장했습니다. 이는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이 일본 정부를 달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득된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독일이 지난날 저지른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하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과 찬사를 보내 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를 다루는 예술은 모호해야 하며 평화에 대해서 구체적인 것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발언에 적잖이 당혹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를 확립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하며, 이 기억을 통해 진실을 발견하고, 사죄와 배상, 치유를 포함한 화해의 전체 과정이 시작되므로 과거의 잘못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소녀상은 과거를 기억하고 화해의 길을 여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보호될 수 있도록 귀 교회가 연대 협력해줄 것을 바라며, 10월 14일 이전에 미테구에 긴급하게 편지를 써주실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미테구에 소녀상이 보존됨으로써 우리의 연대가 더욱 강화되기를 소망합니다.
에큐메니칼 연대 안에서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0년 10월 1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여성위원장 민숙희 사제
서한 2]
마이클 뮐러 베를린 시장님,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님,
9월 말, 저는 베를린 시내에 성폭력 희생자를 기억하고, 특히 아시아 태평양전쟁에서 소위 "위안부"로 노예화된 여성들과 소녀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새워졌다는 소식에 기뻤습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미테구가 이 동상의 철거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귀하들께 이 소녀상의 철거 이유를 여쭙고자 합니다.
독일 개혁교회들에게 이 소녀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한국과 일본의 교회, 그리고 기독교 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전쟁 중 성노예 희생자들의 아픔을 알리고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협력해 오고 있습니다.
독일과 유럽에서는 평화적 공존을 위한 기억의 장소를 통해 화해를 이루어 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베를린시가 그러한 기억문화를 모범적으로 계승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형제자매들과 선교 모임을 할 때 우리는 베를린의 이런 기념지(기억의 장소)를 자주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현재의 도전들에 대해 많은 것을 공유하기를 원했습니다. 특별히 독일 히틀러 시대에 자행된 잔혹행위의 희생자에 대한 기억의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 세워진 이 청동 소녀상이 독일 연방공화국의 수도인 베를린 내에 세워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개혁교회는 이 동상을 전 세계 많은 분쟁 지역에서 성노예로 희생된 여성들과 이로 인해 여전히 고통당하고 있는 여성들과의 연대와 기억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소녀상은 수많은 인권침해와 더불어 이런 불의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반복되지 않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귀하들께 소녀상 철거에 대한 동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는 이 소녀상의 중요성을 다시금 기억하며 이 동상을 보존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를 드리며...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
에큐메니칼 총괄 감독
페트라 보세 후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