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이 "하느님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다!

최성철 은퇴목사(캐나다연합교회)

nasa
(Photo : ⓒNASA 홈페이지 갈무리)
▲NASA에서 지난 2017년 공개한 밤을 맞은 지구의 모습들 중 하나.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일상생활 속에서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세계관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살아내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은 종교인이든 무종교인이든 간에 사실상 인격신론의 "하느님"(신)이란 말이 필요없다.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을 일으킨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존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런 기적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종교체제가 만든 믿어야만하는 그런 하느님이 필요없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믿음체계가 만든 망상의 하느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족적-이기적-이분법적-차별적-우월적-내세지향적인 불량 믿음에 병적으로 세뇌되어서 하느님이란 말을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표현하기 위해 하느님이란 말이 필요하다면 현대과학에 근거하여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하느님의 의미를 탐구해야 한다. 오늘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비스러움과 자연의 성스러움이 불량 종교와 불량 정치에 의해서 하찮은 것으로 폄하되었으며, 성차별과 성적본능차별과 인종차별과 극심한 빈부차별로 인해 지구촌의 수십억 인구가 고통과 절망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긴박한 지구적 상황에서 망상에 사로잡힌 극우 보수 정치인들과 성서문자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이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피어시그는 삶의 궁극적인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는 여정에서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하며,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고 고백했다. 망상(delusion)이란 말에 대한 여러 사전들의 정의를 살펴보면, 잘못된 믿음이나 인상을 뜻하며, 모순되는 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비상식적이고 이기적인 불량 믿음을 고집하는 정신장애의 한 증상이라고 한다. 현대 종교인들은 만들어진 망상의 하나님(The God Delusion)에 대한 보상심리에 빠져서 무작정 믿는 사심을 버려야 한다.

오늘 인류는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광활한 우주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우주세계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팽창하고 있으며, 우주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있다. 또한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개체들은 따로따로 개별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통합적인 한 몸으로 상호의존관계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과학은 새로운 세계관 즉 우주진화 세계관을 공개적으로 계시했다. 따라서 21세기 현대인들의 종교, 정치, 경제, 문화는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세계관을 기초로 삼고 있으며, 3천5백 년 전 고대인들이 상상했던 삼층 세계관은 설득력과 영향력을 잃고 무용지물이 되었다. 21세기의 종교는 삼층 세계관의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떠나 보내고,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세계관의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깨닫고, 그 의미를 실천적으로 살아내어야 한다. 하느님은 이 세계 밖에 저 하늘 위에 존재하는 인격신이 아니며 더욱이 믿어야 좋은 일이 일어나고 믿지 않는 나쁜 일이 생기는 믿음의 대상과 객체적인 존재가 아니다.

과학이 발견하기를, 2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한 태초의 이성적 인간 호모싸피엔스는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생물종이다. 인간은 이 우주에서 살면서 자신의 자아의식으로 이성의 눈이 뜨여지고, 삼라만상으로부터 삶에 대한 정신적, 철학적, 종교적 의미를 인식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쏘크라테스, 노자, 장자, 석가모니, 예수가 인간의 본성인 자율성과 창조성을 깨달았다. 또한 세월이 흘러가면서 인간의 이성이 성숙해지고, 과학적 사고가 깊어져서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톤, 다윈, 아인슈타인이 우주진화 세계관을 발견했다. 그리고 흄, 칸트, 스피노자, 헤겔, 하이데거, 프로이드, 프롬, 융, 키에르코르, 윌버는 과학적 사실로부터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 즉 우주, 자연, 생명, 인간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의미를 발견했다.

과학과 종교는 마치 동전의 앞뒤와 같아서 어느 한 쪽을 무시하면 인간의 정체성은 온전하지 못한 반쪽이 될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은 땅에 떨어지고, 인류사회는 분열과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절망적인 위기에 빠진다. 인류역사가 분명하게 밝히듯이, 과학과 분리된 종교가 신봉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차별적이고, 내세적이고, 이분법적이고, 물질적이고, 인격적이고, 배타적이고, 우월적이다. 따라서 인종차별, 빈부차별,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종교차별, 기후위기, 황금만능주의 등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과학에 기초한 종교의 하느님은 우주진화 세계관의 현세적이고, 우주적이고, 통합적이고, 포월적이고, 비인격적이고, 현실적인 실제(實際 Reality) 즉 삶의 비전이고 방식이다. 따라서 과학이 발견한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는 전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개체들이 지금 여기에서 경계 넘어 평등하게 존엄성을 잃지 않고 온전함을 살아내는 것이다.

오늘날 우주진화에 대해 주류 과학계와 철학계와 종교학계는 심층적인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과학은 자연과 생명과 인간과 이 세계의 상호관계에 대해 이원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세론과 부족적인 삼층 세계관을 폐기처분하고, 오직 이 세계와 현세적 영원함과 우주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통합 비전(Integral Vision)의 우주진화 세계관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안한다. 과학이 우주진화를 발견한 것은 인류에게 기쁜 소식(복음)이다. 왜냐하면 인종과 종교와 문화의 장벽 넘어 온 인류가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게 사는 길은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를 공통의 경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성서를 기록한 고대인들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138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에 따르면, 지구는 둥굴고, 태양 주위를 돌고 있으며, 수천조 킬로미터 밖에 엄청난 양의 질소 가스가 헬리윰과 용합하여 북극성을 이루고 있으며, 지구 상에 여러 개의 대륙판들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산맥들이 융기하고, 이러한 지각운동으로 인해 지진과 화산활동이 있으며, 바다에서는 쓰나미가 일어나고(판구조론), 살아있는 생물들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변형한다. 고대인들은 138억 년의 우주진화 과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 성서가 집대성된지 1천5백 년 이상이 지난 후,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와 뉴톤과 다윈이 새로운 세계관을 발표했을 때, 기독교교회 지도자들은 종교의 세계관과 윤리관을 과학적인 세계관 위에 새롭게 정립하기를 거부했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학적인 사실들을 기괴하고 우수꽝스러운 생각이라고 단정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과학이 발견한 사실들은 하느님에게 불경스러운 일이고, 사람들을 혼돈하게 하는 위험한 생각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사람들이 잊어버리도록 강요했다.

많은 기독교 신자들은 아직도 구약성서에 기록된 히브리인들의 초기 역사를 인간과 생명과 자연의 기원 역사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과학의 고고학과 인류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50만 년 전에 의복, 오두막, 불과 손도끼를 완성했고, 1만8천 년 전 동굴벽화를 그렸고, 1만2천 년에서 9천년 전에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1만1천 년 전에 도자기를 만들었고, 5천5백 년 전 설형문자를 발명했고, 3천7백 년 전 초기 알파벳을 창조했고, 산스크리트 언어와 아리안-베다인들이 인도로 이주했다는 역사적인 사실들이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다시 말해, 3천5백 년 전 유대교와 기독교의 종교적 영웅인 모세가 탄생하기 200년 전에 팔레스타인 지역 이외의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이미 상세하게 알려졌다. 물론 기독교 성서에는 다른 지역들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현대 역사가들은 모세가 태어나기 전 그리고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기록되기 전, 동남아시아인들은 배를 타고 남태평양 섬들을 찾아다녔고, 토착민들은 지구의 대부분의 남반부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피라밋을 건설한 이집트 제국들의 흥망성쇠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성서가 기록되기 전 이미 오랜 세월동안 세계는 활발하게 운행되고 있었다. 세계의 창조와 시작은 성서가 기록된 곳이 아니다. 우주세계의 시작은 138억 년 전 자연적이고 우연적인 빅뱅의 순간이다. 다시 말해, 6천 년 전 하느님과 세계 창조에 대한 이야기가 성서에 기록되기 몇십만 년 전에 이미 장구한 진화과정을 거친 이성적인 호모싸피엔스 인간의 본성에는 창조성과 자율성이 있었다. 따라서 자아의식의 인간은 자신의 언어를 사용해서 세계의 모습을 창조했고, 거기에 하느님-하나님-야훼-브라만-도-위대한 영 등등의 말을 만들어 자신들의 경험세계를 성스럽게하기 위해 첨가했다.

21세기 현대인들은 종교인-무종교, 유신론자-무신론자의 경계 넘어, 과학의 발견들 즉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는 광대한 우주의 출현과 불확실성의 천체학적 발견, 지구는 살아있다는 지질학적 발견, 우리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들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물학적 발견, 그리고 인간은 내면적으로 창조성, 자율성, 가능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뇌과학적 발견에서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다. 오늘날 과학자들과 신학자들이 과학적인 연구를 공유함으로써 종교체제는 삼층 세계관을 떠나 보내고, 우주진화 세계관을 현실적으로 살아내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가 혁명적인 지동설(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며, 지구를 비롯한 모든 행성이 태양의 둘레를 돈다는 설)을 발표했고,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옹호하는 갈릴레오는 교회가 주장하는 천동설(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고, 태양과 행성, 별 등의 모든 천체가 지구의 둘레를 돈다는 설)을 반박했다. 이들이 지동설을 발표한 이후에 과학자들은 자연현상 관측에 있어서 정밀한 측정을 기초로 경험적 관측 형태를 확립하기 시작했다. 또한 1687년 뉴톤이 중력의 법칙을 통해서 현대적 관점의 우주론을 설명함으로써 과학의 시대가 열렸다.

1859년 다윈이 발표한 자연선택에 의한 생명의 진화론은 오늘까지 교회기독교가 신봉하는 삼층 세계관의 신학과 신앙이 영항력을 잃고 쇠퇴하기 시작한 획기적인 동기가 되었다. 더욱이 이때부터 교회가 통제하던 서구사회는 경험적인 과학과 문자적 성서의 대결이 심화되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문자적 직역주의는 신뢰를 잃고, 설득력과 효력을 상실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인류 역사를 선도해왔으며, 오늘날 과학이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상식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는 종교에게 대단히 값진 선물이고, 종교가 우주 이야기에 심층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과학에게 좋은 선물이다. 종교는 과학에 근거한 우주진화 역사를 인식하고,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각 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이전보다 더욱 폭넓고 현실적이고 현세적이 될 것이다. 그러면 종교가 과학과 분리하려는 무모한 짓도 중단될 것이며, 부족적인 종교간의 갈등과 전쟁과 테러는 종식될 것이다. 특히 정치는 과학과 분리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모든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환경은 보호될 것이다.

과학 시대의 현대인들은 과학과 종교 어느 한 쪽만을 절대적인 진리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 시대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신뢰하며 보완하는 때이다. 과학과 종교는 함께 인간의 삶을 심층적으로 성숙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인류역사에서 인간의 자아의식이 생동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광범위한 개혁의 초기단계에 있다.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하듯이, 종교도 새로운 시대와 미래의 물결에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과학과 종교는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인류사회를 위해 놀라운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21세기의 종교는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에서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탐구해야 한다. 이것에 실패하는 종교는 인류사회의 발전에 장애물이 되며, 위험할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멸하게 된다. 138억 년의 우주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인류에게 공통의 경전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성적인 인간의 성스러운 책임이다.

※ 이 글은 전 지질학자인 최성철 은퇴목사(캐나다연합교회)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외부필자의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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