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인이 사건 본질은 아동학대…입양은 죄 없어"

입양가족 당사자 단체 및 자조모임, 입양 위축 우려 표명

ebs
(Photo : ⓒEBS 캡처)
▲EBS '어느 평범한 가족' 출연 당시 故 정인 양과 그의 가족

전국입양가족연대와 한국입양선교회 등 입양 관련 단체들이 5일 입장문을 내고 정인이 사건 본질이 입양 절차 등의 과정이 아니라 입양 후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임을 분명히 했다.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되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의 파장이 입양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주는 일 자체가 위축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이들은 이날 '입양은 죄가 없다. 문제는 아동학대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비극적인 정인이의 죽음에 우리 입양부모들은 깊은 통절함과 애통함이 더하다"며 "정인이가 병원에 실려와 사망한 날이 10월 13일이다. 그날 이후 입양가족들은 조용히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입양단체들은 이어 "정인이가 입양된 아동이고 가해자는 입양부모였기 때문에, 그저 같은 입양부모이고 입양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죄인이 되어야 했다"며 "평소 연락 없던 지인들도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입양된 우리 아이들의 안부를 조심스레 묻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정인이를 죽게 한 가해자의 잔인성이 폭로된 이후 입양가족들에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1월 4일 저녁 온라인 뉴스에 청와대발 소식이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의 사후관리뿐 아니라 입양절차 전반에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말하자면 죽은 정인이에 대한 원인과 책임에 '입양절차 전반'도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 평가한 이들은 "이미 정인이의 죽음은 입양 전 과정이 아니라 입양 후 관리 중 학대 예방에 대한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게 밝혀진 후"라며 "그에 대한 후속대책도 주무부처로부터 지난 12월 초에 발표까지 됐다. 그 대책 어디에도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실 죽은 정인이는 한 명이 아니다. 2018년과 2019년 동안 가정 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70명"이라며 "모든 피학대 아동의 죽음은 다 비극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우리가 동의한다면, 죽은 70명의 아이들 모두 죽은 정인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아이들 중 40명은 친생부모에게서 죽임을 당했다. 또 한부모 가정에서 2명은 생부, 10명은 생모로부터, 미혼부모 가정에서는 8명의 정인이가 죽었다. 5명의 정인이는 동거부부의 손에, 2명은 재혼 가정 안에서 죽고, 입양가정 안에서는 1명의 정인이가 죽었다"며 "그래서 입양가정은 죄가 적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70명의 정인이가 죽어가는 지난 2년 동안 지금처럼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적이 없었다. 췌장이 끊어질 만큼 학대받은 정인이가 있었다면, 여행용 가방 안에서 구겨진 채 밟혀 숨진 정인이도 있었다. 누가 더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더 이상의 정인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살아 있는 정인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님의 말씀은 틀렸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이번 사건에 입양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문제는 아동학대이다. 죽은 70명의 정인이의 삶과 죽음을 모두 보아야 한다. 거기에 살아있는 정인이를 계속 살아 있게 할 수 있는 대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적 공분을 받고 있는 단 하나의 사건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는 것처럼 대처해서는, 결코 살아 있는 정인이를 지켜내지 못한다"며 "공분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은 진정한 대책일 수 없다. 입양에 죄를 묻는다고 정인이가 살아오지 못한다. 입양은 죄가 없다. 문제는 아동학대이다. 아직 우리는 충분히 분노하고 슬퍼할 때"라고 덧붙였다.

해당 입장문에는 입양가족 당사자 단체 및 자조모임인 전국입양가족연대, 강원입양한사랑회, 춘천한사랑회, 입양가족자조모임-한사랑회, 건강한입양가족모임(네이버카페), 입양가족자조모임-미쁜울, 입양가족공동체-아우르미, 한국입양선교회 등이 참여했다.

이지수 admin@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