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모습에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어디로 튀어도 다 좋다"는 심사위원의 반응을 이끌어낸 30호 가수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틀에 박하지 않는 그의 음악 세계는 JTBC '싱어게인' 무대를 거듭하면서 그 베일을 벗었고 처음에는 "요상한" "이상한"이란 수식어가 따랐던 그의 음악 앞에는 이제 "특별한" "독보적인"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30호 가수에 대한 개신교계의 반응도 뜨겁다. 알고보니 30호 가수 아버지가 목회자이기 때문. 그냥 평범한 목회자였다면 모를까 그의 아버지는 거침없는 직설과 솔선수범으로, 개신교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존경 받는 몇 안되는 목회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재철 목사였다.
이재철 목사는 백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로 부임시절 잘못된 교회 관습을 뜯어 고치며 교회 개혁의 바람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특히 투명한 교회 재정, 직제 및 봉사 문제 등에 관한 한 리딩처치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가 지향하던 개혁의 정점은 1만여명이 넘는 대형교회를 일군 그 스스로가 퇴임식 조차 치르지 않고 조용히 제 발로 교회를 걸어나온 일이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교회에서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소위 '이상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교회를 떠나면서 그가 남긴 아래와 같은 말도 개신교계에서는 자주 회자되고 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이재철을 거침없이 버리셔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새로운 차원의 은혜를 원하신다면 이재철을 버리시되, 적당히가 아니라 철저하게 버리셔야 합니다."
대형교회 강단에서 내려오는 다른 목회자들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받거나 '원로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교회 일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후임 목회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그는 철저히 자기의 흔적을 지우려 했다.
이재철 목사는 비단 은퇴할 때만 이런 '이상한' 모습을 보인 게 아니었다. 그는 백주년기념교회 부임시절 많은 교역자들, 부목사들과 함께 목회활동을 했는데 다른 교회 같았으면 억 단위 연봉을 받았을 그가 부목사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사례를 받았고 이를 교회 주보에서 1원 하나 빠트리지 않고 결산을 통해 보고했다. 교회 예산은 차고 넘치지만 결산은 부재한 한국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에 충격을 던져줄 만한 행보였다.
아마도 30호 가수 역시 아버지 이재철 목사의 이 같은 '이상한', 그러나 소신있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그의 음악 세계에 반영된 것이 아니었을까? 30호 가수 아버지 이재철 목사는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30호 가수'를 키워낼 수 있었을까?
이재철 목사는 11년 전인 지난 2010년 5월 초대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교수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 '교육'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 적이 있다. 이 대담에서 그는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그리스도인 학부모라면 내 자식에게 왜 공부하게 하겠는가, 내 자식으로 하여금 왜 배우게 하겠는가. '왜'를 먼저 생각하는 부모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공부해야 되는가. 두말 할 것도 없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며 "하나님께서는 부모 자식 선생 학생을 창조하신 게 아니라 '사람'을 만드셨다. 그런데 사람이 죄를 짓고 죄성을 가짐으로 말미암아 사람됨이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내 자식을 인간다운 인간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적어도 그리스도인 부모라면 이 목적에서 중요한 신앙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그 부분에서 분명하게 매듭이 지어진다면 그리스도인 부모로써 우리 교육 제도 속에서도 얼마든지 용기있게 자식을 교육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도인의 자녀 교육에서 핵심이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스펙쌓기에 여념 없는 천편일률적인 부모 교육에 본질을 파고드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또 한편으로 그는 독창성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모두 독창적으로 창조하셨다"며 "아무리 뛰어난 화가도 상상력으로는 10명 이상의 얼굴을 그리지 못합니다. 반드시 모델이 있어야 한다. 독창력의 한계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60억 인구를 모두 독창적으로 만드셨다. 그 독창력을 우리에게 주셨다. 그리고 직선 위에 줄을 세워서 1등, 2등 하지 않는다"며 "원 위에 서게 해서 동등한 위치에서 키우신다. 내가 독창적인 방향으로 나의 삶을 살면 같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더라도 오늘날과 같은 입시제도 하에서 성적의 노예로 내 자식을 열등감을 갖게 하지 않는 부모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들레헴 양치기답게 독창적인 자기만의 방법, 양을 치면서 맹수를 물리칠 때 쓰던 물맷돌 하나로 물리치는 것"이라며 "독창적인 삶을 살면 얼마든지 학력 중심의 풍토에서 자유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독창성은 성적순으로 또는 스펙으로 줄세우고 우열을 가리는 직선 위의 교육방식이 아닌 어디로 튀어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일 수 있는 원 위의 교육방식이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교육철학 밑에서 자라난 30호 가수 역시 원 위에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독창적인 자유 영혼으로 성장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