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의 반복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만 하면 연이어 터지는 개신교발 집단감염 사태에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광주TCS 국제학교 관련 확진자 109명이 쏟아져 나오자 지역 소상공인들은 분을 삭히지 못하고 학교 외벽에 계란을 던졌다.
이 학교 건물 외벽에 적혀있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성경구절은 계란을 맞았고 노랗게 얼룩졌다. 그렇게 예수의 이름은 이들의 착하지 못한 행실로 인해 모독을 당해야 했다. 이웃의 안전보다 자기의 종교 활동에 우선이던 이들의 이기심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에게 칼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총연합회(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 이하 한교총)는 26일 "송구스럽다"며 관련 시설 책임자는 즉시 사과하고 방역 당국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 나서 뒤늦게 사과하는 모습이 반복되자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한교총은 공문에서 회원 교단을 향해 "정규예배 이외의 모든 집회 및 교회 밖 집합 활동을 중단하도록 적극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대전 IEM국제학교(IM선교회)와 기도원 등 기독교인들이 참여하는 관련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대하여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3차 유행단계를 낮추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는 시기에 집단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음에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관련 시설 책임자는 즉시 사과하고, 방역 당국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협력함으로써 상황 악화를 막아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면 교회의 예배를 통한 감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반면, 교회와 연관된 시설에서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는 방역당국이 지적해온 대로 3밀(밀집, 밀접, 밀폐) 시설 등 방역 사각지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인 관련 시설들을 통한 확산은 그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곳을 찾는 교인들이 각각 모든 교회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국 모든 교회의 문제"라며 "교인들의 정규예배 이외의 외부 활동을 적극 지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밖에 "예배의 완전 회복을 바라는 한국교회 모두를 위하며, 또한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해 주시고, 정규 예배 이외의 모든 집회 및 교회 밖 집합 활동을 중단하도록 적극 지도해 달라"고도 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경우, 교계 연합기구의 리더십이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선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됐다. 이 단체는 주요 교계 연합기구인 한교총, 한교연, 한기총 등을 비롯해 국내 최대 선교단체 연합체인 (사)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광주TCS 국제학교 확진자 대부분이 무증상자로 전수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을 경우, 이들 무증상자를 매개로 한 깜깜이 지역 전파가 이뤄질 뻔 했다.
주도홍 백석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선교단체 인터콥, IM 등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기독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점점 한국교회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크리스천은 하늘나라의 시민이면서도 동시에 세상나라의 시민임을 기억하고 세상의 법도 잘 준수해야 한다"며 "방역당국에게 맡기신 그들의 책무를 존경하고 요청을 귀기울여 지켜야 하겠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범법자가 되고 처벌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