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이 낳은 대설교가 난곡(蘭谷) 조향록 목사(88, 기장 증경총회장)의 주옥 같은 설교문들이 빼곡히 담긴 설교집이 최근 출간돼 교단의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 작은교회 목회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조향록 목사가 그의 설교문과 논설, 인터뷰 기행문, 수필 등을 담은 ‘조향록 선집’ 5권을 출간해 기장 총회에 무료 기증한 것.
조 목사는 책을 펴내기에 앞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생전에 강단에서 전했던 설교들을 한데 묶어 책으로 엮었다”며 “이 책을 우리 기장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어 후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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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곡 조향록 목사가 최근 출간한 설교집. 이 설교집엔 팔십평생을 살아오면서 강단에서 전한 그의 설교문과 논설, 인터뷰 기행문, 수필 등을 담았다. 이 책들은 기장 총회에 무료 기증돼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게 선물로 전달될 예정이다 ⓒ기장회보 |
기장 총회는 은퇴한 선배의 고귀한 뜻에 감동해 경기도 남양주에 소재한 조 목사의 자택을 직접 방문,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엔 서재일 현 기장 총회장과 기장회보 편집인 김민수 목사가 배석했으며 이들은 인사와 함께 ‘원로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란 주제로 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용은 기장회보 제505호에 실렸다.
이 인터뷰에서 조향록 목사는 기장의 정신, 목회자의 성품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그는 기장의 목회자들을 향해 “우리가 오늘 예수를 살려내지 못하면 죽은 예수를 전할 수밖에 없다”며 “예수는 현재적으로 체험되고 살아나야 한다. 죽어야 사는 것, 거듭나야 산다. 편하게 목회하려고 하지 말고 끈기있게 목회하라”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또 “시골목회나 작은 개척교회를 맡아 목회할지라도 잠시 거쳐 가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죽으리라는 생각으로 목회했으면 좋겠다”며 “그런 마음을 가지고 목회를 하면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하며 기장 정신의 진수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기장의 선배 조향록 목사와 후배 서재일 목사, 김민수 목사가 대담한 내용을 기장회보 505호를 인용해 요약 정리해 본 것이다.
서재일: “기장의 출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원로와 젊은이들 간에 소통의 필요성을 느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편안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개신교의 어머니는 장로교…장로교의 장자가 바로 기장”
조향록: “1953년 당시 그 일로 장로교단이 나누어질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곧 다시 일치될 것으로 생각했었지요. 장로교회의 전통성, 신학적인 정통성을 가진 신학교로는 그 당시 조선신학교가 유일했으므로 기장이 한국장로교회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죠. 기장은 장로교의 정통성을 가진 교단으로 자부해야 했는데, 기장성을 강조하면서 장로교의 한 종파로 인식된 측면들이 있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의 어머니는 장로교입니다. 그 장로교의 장자가 바로 기장이죠. 연구방법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장로교단이 분열된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교회는 생명입니다. 생명은 멈추는 순간 생명이 아닙니다. 생명은 어떤 구조에 가둬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민수: “한국교회가 대사회적으로 지도력을 상실해가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국교회 대형화 추구하다 지도력 상실했다”
조향록: “어떤 교회를 성장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그동안 한국교회는 대형교회만 추구해왔습니다. 그것이 지도력을 상실한 이유인데 기장이 먼저 하면 됩니다. 그래서 기장이지요. 기장이 양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양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교회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작아도 예수가 있는, 작아도 예수 냄새가 나는 교회가 생명이 있는 교회요. 기장이 좋은 교회를 만들어야 하고,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면 대형교회도 그렇게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기독교 국가가 곧 천국이 된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도 확인된 일입니다. 교회라는 현실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예수의 생명을 품고 있어야 교회가 삽니다. 작은 교단이라고 걱정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시간과 존재의 문제를 확실하게 봐야 합니다. 기장이 장로교단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합니다. 옳은 일은 앞장서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현재 한국교회가 결국에는 김재준 목사님의 신학을 따라오고 있지 않습니까?”
서재일: “후배들에게 원로로서 들려주시고 싶으신 이야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은 교회, 개척 교회라도 죽을 각오로 목회해야…목회는 숫자가 아니다”
조향록: “목사는 플러스 1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이지요. 생명이 있는 것은 운동하고 발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예수를 살려내지 못하면 죽은 예수를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는 현재적으로 체험되고 살아나야 합니다. 죽어야 사는 것, 거듭나야 삽니다. 편하게 목회하려고 하지 말고 끈기있게 목회하십시오. 시골목회나 작은 개척교회를 맡아 목회할지라도 잠시 거쳐 가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죽으리라는 생각으로 목회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목회를 하면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젊은 목회자들이 이런 사명감을 갖고 목회를 해야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어요.
기장은 한국교회를 지고 있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장은 우리 민족을 책임질 장자입니다. 그 장자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장자의 의무를 기장이 못하면 하나임이 다른 이를 쓰십니다. 교회가 이렇게 세속화될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예수님이 절망하지 않으셨듯이, 기장의 목회자들도 우리 교단의 풍토를 가꿔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수: “목사님께서 생각하시는 목사는 무엇인지요?”
조향록: “목사직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거룩한 천직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죽어야 합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님 나라가 척도가 되어야 해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길게 봐야 합니다. 기장은 좋은 체질을 가진 교단입니다. 기장 목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십시오. 그리고 교인들에게 목사를 섬기는 일을 하게 하지 말고 하나님을 섬기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섬기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나님 나라, 그것을 위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기장 1,600교회가 한국교회의 희망입니다. 이 점을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기장은 기증 받은 설교집 5권을 총회 2015운동본부를 통해 미자립교회와 개척교회,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에게 선물로 보낼 계획이다.










